일본 사람들은 왜 시인 윤동주를 기리나

도쿄·교토·후쿠오카 문성희 2026. 1. 23. 07: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 긴요비〉는 2025년 12월 ‘윤동주 특집’을 발행했다. 시인의 자취를 찾아간 취재기를 문성희 발행인이 전한다. 윤동주를 회상하는 일은 오늘 시점에서도 중요하다.
30년 전에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에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문성희

광복 80년(일본에서는 전후 80년)을 맞이한 2025년은 윤동주 시인 80주기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시인 윤동주는 1945년 2월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아름답고 알기 쉬운 윤동주의 시는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윤동주가 잠시 다닌 도쿄에 있는 릿쿄 대학에 2025년 10월11일 기념비가 설치되었다. 서막식에는 한국에서 유족을 대표해 윤인석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윤동주 시인의 조카)와 연세대학교 윤동섭 총장, 그리고 새로 취임한 이혁 주일 한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도 주최자인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 학장 등 많은 사람들이 기념비 건립을 함께 축하했다. 윤동주가 잠시 다닌 도시샤 대학에서는 2025년 2월16일 그의 80주기에 즈음해 명예박사 학위 칭호를 윤동주에게 수여했다.

이런 기회에 〈슈칸 긴요비(주간 금요일)〉도 ‘윤동주 특집’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약 한 달간 일본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취재를 했다. 윤동주가 태어난 옛 간도(지금의 중국 옌볜자치주)와 한국에 관해서는 각각 다른 필자에게 집필을 부탁했다. 이렇게 하여 〈슈칸 긴요비〉 2025년 12월12일 호에 특집 기사를 싣게 되었다. 표지에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현재의 연세대학교) 졸업 때의 사진을 사용한 것도 반향이 컸다. 특집 기사는 총 15쪽이지만 여기서는 몇 가지 내용을 줄여서 소개한다.

<슈칸 긴요비(주간 금요일)> 2025년 12월12일 호 표지.

특집에서는 우선 릿쿄 대학에 기념비가 건립된 까닭, 교토에 있는 세 종류의 시비를 직접 찾은 르포를 게재했다. 새로 건립된 기념비에는 “窓(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육첩방)은 남의 나라”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쉽게 씌어진 詩(시)’가 새겨져 있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 회원이며 윤동주 연구자인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는 이 시를 비롯해, 릿쿄 시대에 쓰인 시 5편이 창작된 장소가 현재의 도쿄도 신주쿠구 다카다노바바 1초메(1丁目)라고 추측하고 있다. 릿쿄 모임에서는 2008년부터 매해 기일을 전후해 추도 모임을 열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릿쿄 대학에는 ‘윤동주 장학금’ 제도가 생겼다. 도서관에는 윤동주 이름이 적힌 의자가 설치되었다. 윤동주 관련 영화 모임, 뮤지컬 등을 기획해온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시비 건립 운동을 시작했다. 니시하라 렌타 총장이 취임한 뒤, 대학교 측을 중심으로 시비 건립을 추진했다.

2025년 10월에 릿쿄 대학 이케부쿠로 교사에 세워진 윤동주 기념비. ⓒ문성희

니시하라 총장은 〈슈칸 긴요비〉와의 인터뷰에서 “릿쿄대의 현재 학생들을 위한 살아 있는 교재로서 윤동주의 시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윤동주와 그의 작품을 통해서 역사나 현대의 과제, 문화, 국경을 넘는 연결을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교토에는 윤동주를 추모하는 시비가 세 군데에 있다. 각각 세워진 순서대로 윤동주가 다닌 도시샤대학, 그의 하숙이 있었던 교토예술대학 다카하라 캠퍼스, 체포되기 직전 친구들과 마지막에 하이킹한 우지 강변이다. 이번에 이 세 곳을 모두 찾았다. 우지 강변을 하이킹했을 때 윤동주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아마가세 현수교에서 찍은 사진이다. 생전 마지막 사진이다. 시비는 여기서 좀 더 아마가세 댐 쪽으로 간 핫코교 인근에 있다. 2017년 10월28일 윤동주 탄생 100년을 기념해 건립되었다.

후쿠오카에서 32년째 이어지는 모임

윤동주 80주기를 즈음해 명예학위를 수여한 경위 등에 대해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 학장에게 물었다. “올해는 전후 80년, 윤동주의 시비가 학교에 세워진 지 30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윤동주도 희생자가 된 치안유지법 제정 100년이기도 한다. 이런 기회에 새삼스럽게 윤동주의 서거 80년, 시비 건립 30주년을 기념해, 기억하는 것이 우리 대학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명예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위 수여식은 한국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윤동주 시비를 견학하러 왔지만, 학위 수여가 알려지자 한국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윤동주가 옥사한 후쿠오카 형무소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리는 후지사키역 주변에 자취가 남아 있다. 역 인근 후쿠오카시 사와라구 모모치 2초메를 중심으로 한 일대에 후쿠오카 형무소가 있었다. 형무소는 1965년 후쿠오카현 가스야군 우미마치로 이전했다. ‘후쿠오카·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이하 ‘시를 읽는 모임’)’의 마나키 미키코 씨와 다부치 유미 씨의 안내로 형무소의 자취를 따라 걸었다. 지금은 규슈 우정연습센터, 아파트, 운동장 등이 있는 장소로, 두 사람의 안내가 없었다면 여기에 형무소가 있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윤동주가 옥사한 후쿠오카 형무소의 자취를 안내해준 ‘후쿠오카·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의 마나키 미키코 씨(오른쪽)와 다부치 유미 씨. ⓒ문성희

다만 사와라구 모모치 2초메에는 현재 후쿠오카 구치소가 있다. 여기서는 사형수도 수감하고 있어, 2018년에는 옴진리교 간부 하야카와 기요히데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구치소 인근에는 가나쿠주강이 있다. 여기 강물은 하카타만으로 흐른다. 더 가면 현해탄이며 한반도로 이어진다. ‘시를 읽는 모임’에서는 후쿠오카 구치소 옆에 있는 모모치니시 공원에서 매해 2월 추도 모임을 갖는다. 그의 사진 옆에 꽃을 놓고 시를 낭독한다.

‘시를 읽는 모임’은 1994년 후쿠오카 현립대학 니시오카 겐지 교수(현 명예교수)와 규슈 예술공과대학 후지하라 게이요 교수(현 규슈 대학 명예교수)가 중심이 되어 결성했다. 올해로 32년째이다. 시를 읽는 모임에서는 매달 발표자가 시의 감상과 해석 등을 소개하고, 자기의 소감을 자유로이 이야기한다. 모임의 존재는 한국에서도 점차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윤동주는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 한글로 시를 쓴 것만으로 치안유지법 위반을 적용받아야 했던가? 치안유지법 등 전전(戦前)의 사상 통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역사 연구자 오기노 후지오 오타루 상과대학 명예교수를 인터뷰했다. 오기노 씨는 윤동주 시인의 기소장과 판결문을 보면, 시를 창작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기보다 ‘조선 독립’에 이어지는 “민족의식의 고조”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오기노 씨에 따르면 당시 일본 국내에 비해 조선에서 내려진 형이 20∼30% 정도 더 무거웠다. 재일 조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윤동주에게 집행유예가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인의 경우 지도자급 인물은 실형을 받지만, 그렇지 않고 모임에 참가한 정도라면 집행유예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 법 집행에도 차별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2025년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주장하는 참정당(산세이당)이 약진했으며 참정당과 국민민주당이 각각 국회에 스파이방지법안을 제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총재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도 스파이방지법 제정에 적극적이다. 스파이방지법은 치안유지법과 마찬가지로 결국 사람들의 사상을 선별하게 된다고 오기노 씨는 지적했다. 윤동주를 회상하는 것은 오늘의 시점에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쿄·교토·후쿠오카 문성희 (<슈칸 긴요비> 발행인)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