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리포트]④ '반도체' 이을 또 다른 신화…'양자기술' 골든타임 잡아야
[편집자주]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에 한국형 국부펀드 20조원까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실탄 170조원이 준비된다. 갖가지 분야에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다음 세대를 먹여살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키워야 할 핵심 국가전략산업으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바이오(Bio), 양자(Quantum) 등 이른바 'ABQ'를 꼽았다. 국가주도펀드의 성공 조건과 ABQ 산업의 잠재력을 뜯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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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구글이 2019년 '양자 우위'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 IBM은 수천 큐비트급 프로세서를 통해 '양자 유용성(Quantum Utility)' 단계를 증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역시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는 '논리적 큐비트' 구현에 성공하며 상용화 시계를 2030년에서 수년 더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술이 가져올 파급력은 단순한 '빠른 계산'에 그치지 않는다. 맥킨지(McKinsey) 등 주요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양자 기술이 AI와 결합하며 시장 개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2035년까지 창출할 가치가 2000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물질 시뮬레이션'이다. 예컨대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극대화할 새로운 양극재 분자 구조를 찾거나 수년이 걸리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양자컴퓨터는 비료 생산 공정을 개선해 전 세계 탄소 배출을 줄이고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반도체를 넘어선 전 산업의 제조 혁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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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전문가들은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해커들이 현재의 암호화된 국가 기밀이나 금융 데이터를 미리 탈취해 저장해두고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순간 일시에 해독하는 시나리오다. 결국 양자 기술을 먼저 갖는 자가 전 세계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창'을 쥐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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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술이 산업이 되기까지 버텨야 할 시간과 비용이다. 아이온큐(IonQ) 등이 고성능 칩(예: 템포 등)을 내놓으며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막대한 R&D 비용 탓에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펀드 만기가 5~7년인 벤처캐피털(VC)이 10년 이상의 적자를 감내하며 딥테크 기업에 투자를 지속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
업계가 국민성장펀드와 한국형 국부펀드에 기대를 거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민간이 유망 기업 발굴과 초기 검증에 집중한다면 이들 국가주도펀드가 대규모 자본 투입이 이뤄지는 '스케일업(Scale-up)' 구간에서 자금 공백을 메우는 전략적 투자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10년 단위의 시간을 견디는 '인내 자본'이 있어야 유망 기업이 데스 밸리를 넘어 '산업'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가주도펀드가 인프라 투자나 인수 금융과 같은 전통적인 자본 운용 방식을 통해 생태계 조성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양자 팹(Fab)·전용 테스트베드 같은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면 자산 가치를 확보하면서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고,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 인수 딜(deal)에 참여하면 투자 수익과 기술 격차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무영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 vanguard@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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