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끌어올린 로봇 질주...노젓는 총수들 '표정관리'

이유나 기자 2026. 1.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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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주도한 로봇주, 기업가치 수직 상승중
일부 대기업 로봇계열사 상장, 경영권 승계 핵심 승부수로 부상
정의선, 보스턴다이내믹스 IPO로 지배력 강화 관측
정기선, HD현대로보틱스 IPO 속도전..일석이조 노림수
두산그룹, SK실트론 인수전에 로보틱스 결정적 역할

연초 '피지컬AI'가 전세계적인 미래성장산업(기술)으로 부상하면서 그 정점에 있는 로봇주가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이를 모멘텀 삼아 22일에는 급기야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했다. 시장의 시선은 직간접적으로 로봇 주식을 들고 있는 재계 총수들에게 쏠린다. 로봇 계열사의 지분가치가 크게 뛰면서 신사업투자 재원 조달부터 경영권 지분 강화까지 '큰일'을 감당할 든든한 버팀목을 움켜쥔 셈이다.

상용화 직전의 로봇시장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인물은 다름아닌 현대가의 두 총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이다. 최근 'CES 2026'을 기점으로 '피지컬 AI'가 그룹의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로봇 회사 상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한층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두 회장 모두 수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증여세 마련과 지배구조 개편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로봇 자회사 상장에 적지않은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두산그룹의 경우, 박정원 회장이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일부 매각해 9,000억원 넘는 실탄을 마련하며, SK실트론 인수라는 초대형 딜에 바짝 다가섰다. 박정원 회장의 숙원사업에 로봇 계열사가 '화룡점정(畵龍點睛)'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그룹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 현대차그룹 치솟는 주가에 다시 주목받는 지배구조

먼저 정의선 회장은 그룹내 확실한 경영능력을 보여주며 리더십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측면에서 경영권 지분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단 0.33%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상장사 현대글로비스 20%, 현대오토에버 7.3%, 현대차 2.67%, 이노션 2%, 기아 1.77% 등과 비상장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11.7%) 등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핵심 지분은 현대모비스(7.38%)와 현대차(5.57%), 현대제철 (11.8%), 현대글로비스(6.7%), 현대엔지니어링(4.68%) 등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분 가치가 훌쩍 뛰었다. 정 명예회장은 올해 만 87세로,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아 경영권 지분을 늘려야하는 정의선 회장으로선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법상 상장대기업 최대주주의 주식 이전에 대해서는 시가의 50%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20% 추가 할증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세부담이 따라서 커진다.

더불어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내지 못했다. 정 회장은 이를 개선하는 한편 모비스 지분을 늘려야하는 위치에 있다. 기아가 보유중인 현대모비스 지분(17.42%)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역시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모비스 주가가 최근 3개월에만 100% 가까이 튄 만큼 지분의 몸값도 그만큼 불어났다.

■ 급성장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지배력 강화 카드 주목

이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난제를 풀 치트키로 2026 CES의 주인공 역할을 한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가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BD) 인수 당시 사재 2400억원을 직접 투자해 지분 21.9%를 확보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전세계 눈길을 끌면서 현재 BD의 몸값은 30조~40조원대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BD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글로벌 주관사단과 긴밀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D가 상장돼 시장에서 언급되는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6~8조원대에 육박하게 된다. 글로비스, 오토에버 등과 함께 BD 지분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 역시 BD의 성공적인 상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HD현대, 주관사단 확정하며 IPO 시동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UBS증권 등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공모 구조와 상장 시점을 조율 중인 단계다. 로봇주가 자본시장의 주도주로 부상한 국면을 적극 활용해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가치 역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약 1조8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는 2020년 분할 당시와 비교하면 4배나 뛴 수치다. 특히 이달초 열린 'CES 2026'에서 인공지능이 로봇의 하드웨어와 결합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기술력이 급부상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몸값이 7조원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지나치게 부풀린 기대감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룹의 조선 일감을 비롯한 중후장대한 B2B시장에서 피지컬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 정기선 지분 '6%'...투자도 해야하고 경영권 지분도 늘려야하고

지난해 그룹의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정기선 회장은 현재 HD현대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배력을 온전히 갖췄다고 보기엔 여전히 낮은 수치다.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은 26.60%로, HD현대 주식이 현재 25만원선임을 감안하면 정 이사장의 지분 평가액은 5조원대다. 최근 주가가 뛰면서 지분 가치도 크게 증가했다. 작년말 이후 주가 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최대주주 할증 등을 고려할때, 정기선 회장은 부친인 정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약 3조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되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0년에 걸쳐 나눠서 세금을 내는 연부연납, 배당금 증액 등을 통한 재원 마련 등을 감안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 이사장은 1951년생으로 올해 74세다.

■ 로봇 상장으로 관심받는 HD 지분 승계 시나리오

정기선 회장은 HD현대로보틱스 지분이 없다. 지난 2020년 5월 HD현대에서 물적분할로 출범한 이 회사는 HD현대가 지분 81.82%를 보유하고 있다. KT와 9대1로 나눠 있던 지분현황에 지난해 유상증자로 세번째 주주(케이디비케이와이태권 유한회사)가 들어섰다.

때문에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을 해도 정 회장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시 구주 매출이 발생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지주사 HD현대로 지분 매각 대금이 의미있게 유입될 경우, 정 이사장과 정기선 회장 몫으로 돌아가게 될 배당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구주 매출이 증가하게 되면 IPO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룹 측은 "로보틱스 사업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신주 발행을 통한 자회사 자금 조달에 무게를 둔다"는 입장이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상장 후 로보틱스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 모기업 배당금이 증가할 수도 있다. 지분율이 50% 이상인 모기업에 대한 배당은 비과세가 적용된다. 그렇게되면, 로보틱스의 배당금은 과세없이 HD현대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구조를 탄탄하게 형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가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경우, 정 회장은 자기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갚아나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존 자회사 외에 현대로보틱스 같은 성장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제공=머니투데이방송MTN

■ 두산의 SK실트론 인수전...'효자'로 떠오른 로보틱스

(주)두산은 로봇자회사를 앞세워 대형 인수전에 실탄을 마련했다. (주)두산은 지난 12월 23일 두산로보틱스 보통주식 1170만 주를 기초자산으로 주가수익스왑(PRS·장외파생상품거래)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9477억원(주당 8만1000원)이며 지분 처분 예정일은 오는 2월 27일이다.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약 68%에서 이번 매각 이후 50.06%로 줄어든다.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고도 50% 넘는 지분율을 유지하는 매력적인 거래로 평가된다.

두산 그룹은 '인수합병(M&A)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실트론 인수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으로 평가된다. 두산으로선 최소 3조원 안팎의 거액을 마련해야하는데, 지주회사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1조2000억원대에 그친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가치가 그룹에게 더 없이 큰 힘이 되는 이유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공들여 추진한 SK실트론 인수전에 로봇계열사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정원 회장은 새해 벽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CES를 직접 찾아 AI를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기술, 에너지 솔루션을 직접 확인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CES에서 두산로보틱스는 밥캣과 함께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을 주요 테마로 선보였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두산은 발전기자재(두산에너빌리티), 건설기계(두산밥캣), 로봇(두산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과 방대한 하드웨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유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