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없는 출마와 책임 없는 영입

최근 지역의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특정 인물의 호불호가 아니라 정치의 책임성과 설명 의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 보수 정당 소속으로 활동하다 범죄 논란 이후 탈당, 무소속으로 지내던 인사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과정과 배경이 지역 사회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선이다.
해당 인사는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천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무소속 신분이었고, 이후 진행된 민주당 입당 과정과 관련해서는 지역 당원들과의 공개적이거나 충분한 소통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출마 선언과 당적 변경이 각각 별도의 경로로 진행된 모양새는, 정치적 판단의 연속성과 책임성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당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공직 후보를 자임하는 순간, 그 자유에는 유권자에 대한 해명의 책임이 뒤따른다. 특히 가치와 노선을 중시해 왔다고 강조해 온 정당일수록, 인재 영입의 기준과 검증 절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 당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시민단체들의 문제 제기는 특정 후보를 낙인찍기 위한 정치 공세라기보다, 정당과 정치인이 왜, 어떻게, 어떤 판단으로 이 선택에 이르렀는지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선거는 단순한 인물 교체의 과정이 아니라 신뢰를 확인하는 절차이며, 그 신뢰는 설명을 회피할 때가 아니라 설명에 응답할 때 쌓인다.
이번 입당이 지역 사회의 누적된 문제 제기와 민심, 그리고 지역 당원들의 정서와 충분히 호흡하지 못한 채 중앙당과 도당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이력과 책임에 대한 충분한 검증, 그리고 지역 조직과의 소통 없이 부여된 당적은 결과적으로 같은 진영의 시민사회로부터 공개적인 비판을 불러왔다.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명예가 아니다. 최근의 입당과 출마 움직임이 정치적 철학의 변화라기보다 선거 시점을 겨냥한 선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당이 책임 검증의 장이 아니라 출마의 통로로 소비될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는 특정 후보의 당락을 말하기보다, 공직 후보자와 정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설명 책임을 묻는 문제다.
정치는 기억 위에 서 있다. 공직 수행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과 법적 판단을 남긴 정치인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출마 선언이나 당적 변경이 아니라 시민과 당원 앞에 서는 일이다. 이제 공은 정치에 있다.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과 지역 당원 앞에서 모든 과정을 설명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그 태도까지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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