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반도체 쏠림 충북 경제계의 명암

엄경철 선임기자 2026. 1. 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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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반도체가 국가경제는 물론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충북 지역경제의 버팀목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수출 중심의 지역경제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의 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은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올해 물량은 이미 완판(Sold-out)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업계의 호황은 지역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평균 1억4000만원의 PS(초과이익분배금)가 곧 지급된다. 2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지방소득세도 낸다. 역대 최대규모다.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에 19조원의 시설투자를 발표했다. 청주테크노폴리스에 첨단 패키징 시설(P&T7)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인근의 M15X에서 만든 D램을 쌓아 올려 HBM 등 완제품으로 만드는 시설이다. 4월 공사가 본격화되면 대규모 인력 투입에 따른 지역경기 활성화가 기대된다. 적기 투자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추가 가능성도 높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청주캠퍼스에 4년간 42조원 투자를 공식화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몇 년 안에 투자가 더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의 고공행진에 자치단체장들이 공장을 방문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평소에 없었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치적 홍보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가 지역경제 효자로 찬사를 받고 있는 한편에서는 또 다른 지역경제 축이었던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차전지와 석유화학의 부진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다. 청주 오창 등 이차전지 기업들이 있는 상가지역은 호황기의 불야성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적막감이 돈다. 부진한 업황이 바닥을 쳤다고는 하지만 회복이 더디기만 하다.

석유화학은 더 심각하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사업 구조조정 한복판에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LG화학이다.

LG화학은 1980년대부터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주역이었다. 반도체의 지역경제 비중이 높지 않았던 시절 LG화학은 그룹계열사들과 함께 충북 경제를 주도했다. 그런 LG화학이 구조조정 칼바람에 구성원들이 밤잠을 설치는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최대 1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사업 구조조정으로 관련 분야 생태계도 적잖은 고통을 받고 있다.

한때 지역경제의 한 축이었던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기업의 고통이 지역민들로 이어지는데도 지자체들이 함께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초호황으로 연일 신기록을 작성하고 대규모 투자와 성과급 잔치, 역대급 세금을 내는 기업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자치단체장들은 위기에 놓인 기업에는 냉담하다. 업황부진으로 장기 불황에 빠진 기업들을 위한 대책 마련 등 지자체의 노력은 물론 걱정하는 분위기 조차 읽히지 않는다. 

잘 나가는 기업에 관심과 지원으로 성장을 독려해야 하지만 어려운 기업들과도 고통을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제의 핵심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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