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그까짓 음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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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락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공연장이 있었다.
산청군에 있는 '도천서원'이라는 곳인데, 전에 초대를 받아 공연해본 경험이 있는 곳이었다.
공연 전날 밤.
정말 비가 오려고 그러나? 비가 오기 전에 얼른 공연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얼른 두 번째 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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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쳤어요” 함께 느낀 그 자유로움

다라락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공연장이 있었다. 산청군에 있는 '도천서원'이라는 곳인데, 전에 초대를 받아 공연해본 경험이 있는 곳이었다. 고즈넉한 서원과 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진 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꼭 다시 공연하러 오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름의 끝자락. 잦아진 비에 날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공연 전날 밤. 비 소식이 사라진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웬걸. 일어나니, 다시 비 소식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공연 장소를 도천서원에서 '성심원 화목한의원' 마당으로 옮기게 되었다. 따라갈 멤버들도 아쉬워했지만, 무대를 더 잘 해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악기 세팅을 끝내고 모든 멤버가 둥글게 모였다. 다들 긴장한 얼굴이었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무대를 보는 처지기만 했던 사람들. 그들의 첫 무대가 곧 시작되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스스로 되뇌는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무대에 올라갈 때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최고로 잘하는 연주자는 아닐지 몰라도, 지금 이 시각 이 자리에서 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내가 최고다."
손을 하나로 모으고 파이팅을 외쳤다. 사뭇 비장한 모습으로 우리는 무대에 올랐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공연 초반에는 조금 뻣뻣한 연주가 이어졌다. 그래도 리듬을 잃지 않고 박자가 조금 틀어질 때마다 눈빛으로 맞추어 가며 첫 곡을 잘 마쳤다. 누군가는 조금 아쉬웠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좋은 공연이었다. 첫 공연은 누구에게나 아쉬운 것이니까. 그것이 또 다음 공연을 기다리게 만들기도 한다.
두 번째 곡을 시작하려는데, 하늘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정말 비가 오려고 그러나? 비가 오기 전에 얼른 공연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얼른 두 번째 곡을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늘에 외치고 있었다.
곡이 초입 부분을 지나고 있을 때, 정말로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다. 다라락 멤버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곡은 어느덧 중반부. 여기서 끊고 다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맞으면서 가는 거지!
내가 연주를 멈추지 않으니 다른 멤버들도 연주를 함께 이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걱정스러웠던 얼굴에서 하나둘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맨발로 들판을 달려나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이 우리에게 묘한 자유를 선물해 준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비를 홀딱 맞은 채로 공연을 마쳤다. 함께 비를 맞은 관객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신기하게도 연주가 마칠 때가 되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고 해가 나왔다. 소나기였다. 비는 지나갔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비 맞고부터는 제가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막 쳤어요."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빗속에서 우리가 다 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막 쳤다는 말이 좋았다. 다라락 멤버들이 음악을 조금은 '그까짓 음악'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악보도 잘 볼 줄 모르는 초짜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우리는 오늘 그 어렵다는 우천 공연도 해내고 큰 박수도 받았다. 오늘의 다라락밴드는 무대 위에서 최고였다.
/김수연 청년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