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단상] 새해 축복을 나눕니다

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양곡성당 신부 2026. 1. 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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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말처럼 시간은 수수께끼
새로운 날이 허락된다는 것이 즐거운 일

가톨릭 초기의 학자 중에 가장 유명한 분이 '아우구스티누스'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연구 중에서도 시간에 관한 탐구는 깊이가 있습니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받지 않았을 때, 나는 막연히 대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질문에 관해 설명하려니 비로소, 답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뭔가 알 것 같고,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그런 것입니다. 시간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세 가지 축인 과거·현재·미래를 생각해 보면, '과거'는 이미 흘러 지나갔기에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없습니다. '현재'만 있는 셈인데, 이 현재도 의식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있다고 말하기가 애매합니다.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물리적 시간'을 넘어서는 '마음의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냅니다. 과거는 '기억'으로 현재 안에 존재하고, 미래는 '기대'로 역시 현재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은 과거로 흘러가 버려 없어지거나, 미래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어느덧 2026년이 되었고 1월도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백구과극(白駒過隙),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인생과 세월이 덧없이 짧다는 사자성어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설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설날이 음력 1월 1일이 아닌 때도 있었습니다. 동지 다음 날이 새해일 때도 있었습니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밤이 가장 기니까 낮이 가장 짧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낮(해)이 가장 짧은 다음 날부터 낮(해)이 길어집니다. 즉 새로운 해가 나옵니다. '새해'인 것입니다. 그래서 '동지섣달'이라는 말을 합니다. 섣달은 설날이 있는 달, '설달'에서 바뀐 말입니다. 그래서 동지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올해를 병오년(丙午年) 말띠해라고 합니다. 작년이 을사년(乙巳年) 뱀의 해였습니다. 그런데 띠가 바뀌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양력 새해는 좀 아닌 것 같고… 음력설일 것 같은데… 놀랍게도 띠의 변경 일은 입춘(양력 2월 4일 0시)입니다. 정확히는 2026년 2월 4일 입춘이 되어야 병오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입춘이 새해였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뭐 너무 꼼꼼하게 따지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어차피 시대에 따라서, 사람살이의 필요에 따라서 새해는 바뀌어 왔으니 지금 와서 양력 새해에 띠를 바꾼다 한들 무슨 큰일이 있겠습니까?

가톨릭에서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12월 25일 성탄절 4주 전부터,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待臨節)을 지냅니다. 그리고 그 첫 주, 대림 첫 주를 가톨릭교회의 새해로 지냅니다. 이런저런 새해를 다 챙기면 일 년에 새해가 적어도 다섯 번은 됩니다. 참 즐거운 일입니다. 새해 새로운 마음을 다잡을 기회가 다섯 번이나 되니까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도 새로운 시간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새해를 주셨습니다. 2026년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잘 풀리는 즐거운 나날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백남해 천주교 마산교구 양곡성당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