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소득마을 ‘빚’의 그림자를 직시하자

정부가 2030년까지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겉모습과 달리, '부채 기반'의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공사례로 언급되는 경기 여주 구양리 사례만 봐도 그렇다. 월 1,100만 원의 수익은 원금 상환을 뒤로 미룬 '거치 기간'이라는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일시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마치 영구적인 성과인 양 포장하는 것은 기만행위와 다를 바 없다.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사업인 구양리 사업의 재무 구조는 전체 사업비의 86%를 대출에 의존했다. 5년의 거치 기간 동안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며 당장의 '흑자'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거치 기간이 종료되는 2029년부터 연간 상환액은 4,000만 원에서 최대 1억 4,000만 원으로 3.5배 폭등한다고 한다. 이때부터 마을은 매달 원리금 갚기에 급급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모범 사례'로 치켜세우며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은 무모해 보인다. 우물가서 숭늉 찾는 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 전망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통상 태양광 인버터의 수명은 7~10년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보릿고개' 시점과 핵심 부품의 교체 주기가 맞물린다. 결국 막대한 교체 비용이 발생하면 수익 구조는 더 크게 변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익의 원천인 전력 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현재의 수익 구조는 화석연료 가격에 연동된 높은 SMP(전력도매가격)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단가가 낮아지게 되면 SMP는 필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여기에 인센티브 격인 REC(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가격 역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수익(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된 원리금 상환액은 늘어나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년 차 수익 × 20년'이라는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 계산으로 사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기후에너지부는 "원금 상환을 마친 15년 후에는 1년 수익이 1억 7,000만원 가량 보장", "구양리와 달리 햇빛소득마을 정책은 대출 전체를 이자율 1.75%에 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 "SMP 하락은 장기 고정가격계약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다양한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경제 상식에 다소 어긋난다. 15년 뒤의 수익을 논하기에 앞서, 당장 5년 뒤부터 시작될 10년간의 '데드 크로스(Dead Cross)'를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버텨낼지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10년 동안 적자를 보며 마을버스를 세우고 급식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15년만 참으라"는 말과 같다. 또한, 저리 대출이나 장기 고정가격계약은 결국 누군가의 세금이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보전해 줘야 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 처방일 뿐이다.
기존 주민과 새로 이주해 온 주민 간 배분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기존 주민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대출 받아 시행한 사업 수익을 새로 이주해 온 주민과 함께 사용하려 할까. 나아가 적자가 날 경우 새로 이주한 주민들이 공동 부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돈 문제로 인한 지역 주민 간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임실군 중금마을은 한때 태양광 사업의 전국적 모범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만 봐도 섣불리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정부는 장밋빛 수치 뒤에 숨겨진 '빚'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리스크를 명확히 알리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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