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도 주식 ETF로 '머니무브'
연초에만 1조원 이상 급증
"예금만으론 한계" 인식 확산
은행들 상품 늘리고 보수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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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새해 들어 불과 보름 만에 ETF 잔액이 1조원 이상 불었다. 역대급 증시 호황 국면을 맞아 재테크에 있어 보수적 성향이 강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마저 예·적금이 아닌 ETF 투자에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작년 말 퇴직연금 ETF 잔액은 10조73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24년 12월 말 잔액(3조2994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퇴직연금 ETF 잔액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점점 더 빠르게 불어났다. 3월 말 4조원에서 6월 말 5조원, 9월 말 7조원대를 돌파하더니 연말엔 결국 10조원대를 넘어섰다.
이달 들어 코스피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은행권 퇴직연금 ETF 잔액은 한층 큰 폭으로 불어나고 있다. 4대 은행 퇴직연금 ETF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12조1324억원으로 재차 늘었다. 새해 들어 약 보름 만에 잔액이 1조4000억원가량 급증한 셈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ETF 잔액은 4조907억원으로 업계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ETF 투자 잔액이 5000억원가량 증가한 덕분이다. 신한은행 측은 "지난해 '나의 SOL 퇴직연금'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고 ETF 상품군을 237개로 대폭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를 은행에서 운용하는 이들은 안정적·보수적 투자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그런데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호황을 보이자 더 이상 예·적금만으론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ETF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대폭 바꾸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5천피 시대를 맞아 은행에서 아예 증권사 퇴직연금으로 갈아타는 수요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은행 12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약 261조원으로 전년(약 224조원) 대비 16%가량 늘었다. 반면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같은 기간 약 103조원에서 약 131조원으로 27%나 급증했다. 증권사의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말부터 비대면으로 IRP 계좌에 가입하고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연 0.38%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주고 있다. 적립금이 5000만원 미만인 고객을 대상으로도 기존 연 0.45%의 수수료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전국 모든 영업점에서 퇴직연금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아예 퇴직연금 중심 종합 상담채널인 SOL메이트 라운지를 5곳 운영 중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전국 600여 개 영업점에서 퇴직연금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IRP 가입 시 대중교통 안심보험에 무료 가입할 수 있는 혜택도 제공한다. 우리은행 역시 전국 영업점에 555명의 연금 전문가를 배치했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파생결합사채(ELB·DLB) 비대면 예약 거래도 도입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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