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장악 막히나… 대법원, 이사 해임 불허 분위기
‘독립성 침해’ 경고… 전·현 의장 응원

통화 정책 개입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장악 시도가 미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마저 이사 해임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이 법을 어겼는지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쿡 이사가 자리를 지키는 게 합당한지를 다투는 21일(현지시간) 공개 구두 변론에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행정부 주장대로 광범위하고 재검토될 수 없는 대통령의 연준 이사 해임 권한이 인정된다면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하는 수준을 넘어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다.
역시 첫 집권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정부를 대리하는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에게 왜 행정부가 쿡 이사에게 자신의 혐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 추궁했다.
이들의 발언이 보여 주듯 이날 변론의 핵심 쟁점은 아직 유죄로 판결되거나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은 혐의를 이유로 대통령이 임기와 독립성을 보장받는 연준 이사를 곧장 직무에서 배제하는 게 가능한지와 쿡 이사가 해임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였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쿡 이사는 2022년 연준에 합류, 2024년 새로운 14년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는 글을 올린 지 불과 닷새 만에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연준 112년 사상 대통령의 첫 연준 이사 해임이었다.
쿡 이사는 곧장 법원에 해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1, 2심 법원 모두 쿡 이사의 손을 들어 줬다. 이에 법무부는 쿡 이사의 직위를 유지하도록 명령한 하급심 판결을 무효로 만들어 달라는 ‘긴급 항소’를 대법원에 제기했고, 이날 변론은 해당 소송 심리의 일환이었다. 행정부가 주장하는 사기 내용인 담보대출 서류 허위 기재가 연준법상 정당한 해임 사유인지를 따지는 본안 소송은 현재 1심 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변론이 끝난 뒤 유력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법원이 쿡 이사를 즉시 해임하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좌절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쿡 이사의 직위 유지가 허용된다면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는 당분간 중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해임 관련 소송이 하급 법원에서 이어지는 동안 쿡 이사가 자리에 남도록 대법원이 허락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날 변론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쿡 이사 응원차 참석했다. 파월 의장도 연준 청사 개보수 예산 초과에 대해 의회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로 법무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쿡 이사는 변론 종결 뒤 성명에서 "연준이 증거와 독립적 판단에 따라 금리를 정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를 자신의 사건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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