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기업은행장은 장민영···임기 시작부터 '가시밭길'

유길연 기자 2026. 1.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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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뒤엎고 지휘봉 잡아···'부당대출' 영향인듯
노조 "임금체불 해결하라···출근 저지 투쟁도 불사"
장민영 기업은행장. / 사진=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정부가 예상을 깨고 신임 기업은행장에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를 낙점했다. 지난해 발생한 '부당대출' 사태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새 행장에 대해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기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차기 기업은행장에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를 제청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이사회가 따로 위원회를 열지 않는다. 대신 금융위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장 행장은 1964년생으로 대원고를 졸업해 고려대 독문학과 학사,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경영대학원(MBA) 석사를 취득했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여의도한국증권지점장, 자금운용부장, 자금부장, IBK경제연구소장, 강북지역본부장,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IBK자산운용 부사장에 이어 2024년 IBK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다. 

그는 오랜 기간 자본시장과 관련된 업무를 맡은 전문가인 만큼 기업은행이 향후 기업 직접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생산적 금융 정책의 주요 특징은 자본시장을 통해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민간 금융사가 참여하는 국민성장펀드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앞서 차기 기업은행장은 조직 '2인자' 김형일 전무이사가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가 국책은행장에 내부 출신 인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김 전무이사가 무난하게 선임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행장 인사는 지연됐고, 결국 기업은행은 올 초부터 대행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선 기업은행에서 지난해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탓에 김 전무이사를 임명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 김 전무이사도 주요 임원이었기에 그를 행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임직원은 지난 2017년부터 7년간 882억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점은 다수의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단 점이다.
류창희 기업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기업은행 노동조합 

하지만 장 행장은 첫 출근부터 큰 난제를 만났다. 기업은행 노조가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 도입 이후 직원들이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인건비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임금 총액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하기에 행원의 연봉 수준이 높으며 초과 근무도 많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임금 인상률이 매년 공무원의 낮은 인상률과 연동되다 보니 수당 지급 재원이 고갈되는 문제가 초래된 것이다. 

기업은행은 매달 직급별로 3급 11시간, 4급 이하 13시간 이내에서만 시간외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이를 초과한 근무는 수당 대신 휴가로 환산해 부여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탓에 직원들은 받은 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휴가가 아닌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조는 정 행장의 출근을 막는 투쟁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특히 이 문제는 금융위도 골치아파하고 있기에 노조는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은 직원이 쓰지 못한 휴가는 퇴임 시에 돈으로 지급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직원이 연차가 쌓일수록 연봉이 올라가기에 지급해야 할 액수도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만큼 향후 은행과 정부가 짊어질 수  있는 부담이 급증하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일관되게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인물이 차기 행장이 돼야 한다 주장했다"면서 "내부 출신이 행장이 됐지만 이와 상관없이 투쟁을 이어갈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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