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오천피' 시대 활짝…'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3천→4천 4개월, 4천→5천은 3개월
반도체 슈퍼호황·유동성 뒷받침에 새 역사
시총 상위 쏠림 심화에 'AI 과열론' 경계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꿈의 '5,0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3,000, 10월 4,000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두 달여 만에 1,000포인트를 끌어올리며 46년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급등 뒤 번번이 장기 조정에 막혀 '박스피'로 불려온 국내 증시가, 오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를 끝내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7% 오른 4,952.53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상승 폭을 키우며 전인미답 5,000선을 넘어섰고, 장중 한때 5,019까지 치솟았다. 개인이 2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다 20일 단 하루만 소폭 조정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8개국을 상대로 예고한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 여파로 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코스피는 곧바로 반등했다. 간밤 관세 철회 소식에 미국 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그 온기가 고스란히 우리 증시에 전해지며 장중 5,000시대 진입을 알렸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국내 시장이 대외 변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회복 탄력성을 확인한 셈"이라며 "그만큼 코스피의 체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만 17.5% 상승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이 비상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년 동안 96% 올라, 미국 S&P500지수 상승률(14%)의 6.8배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6월 3,000에서 4,000까지 오르는 데 4개월이 걸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두 달여 만에 1,000포인트를 끌어올리며 상승 속도마저 한층 가팔라졌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실적이 급등한 국내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도의 랠리 속에 조선·방산·로봇으로 메기 효과가 확산하며 순환매 장세가 펼쳐진 덕분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16만 원을 터치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SK하이닉스도 2.4% 급등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 이후 로봇 대장주로 부상한 현대차는 장중 59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3.27%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0일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급증한 데서 보듯, 반도체 슈퍼호황에 따른 실적 장세가 기대되고, 증시 대기자금이 역대 최대 수준인 90조 원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 여건도 충분하다는 점이 전망을 뒷받침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 등 정책 효과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시 전반에서 반도체 쏠림이 더 커진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1,451조 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4,096조 원)의 약 35%에 달한다. 1년 전(22%)보다 빅2 쏠림은 한층 더 뚜렷해졌다. 이 때문에 'AI 거품론'과 같은 작은 시장 노이즈에도 지수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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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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