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공시로 주가 반짝, 이후 불장에도 비실비실 'NAV 할인 축소' 확신하는 한화, '훨씬 더 예뻐진 모습'으로 재평가 받을까
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 주가가 지난 14일 기업분할(인적분할) 공시로 이틀 연속 급등했습니다. 증권사들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후 한화 주가는 주춤주춤 내리막을 타고 있습니다. 한화는 인적분할로 '복합기업 할인'을 축소하고 저평가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현가능할까요.
한화는 자체 사업으로 건설과 글로벌 부문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방산/항공우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조선/해양(한화오션 등), 에너지/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금융(한화생명 등), 기계/테크(한화비전 등), 유통/서비스(한화호텔앤리조트 등) 분야의 다양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분할대상은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이 관장하는 회사들입니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신설하고 그 아래에 한화비전, 한화갤러리아 등의 회사를 포진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많은 매체들은 이를 김동선 계열분리 작업의 시작으로 해석합니다만, 한화가 내세우는 분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화가 공시한 분할설명자료는 분할목적을 이렇게 말합니다.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여 복합기업 할인을 축소한다. 아울러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실행하여 지주사 할인을 축소하고 기업가치를 높인다"
한화의 시장가치(시가총액)가 현재 NAV(순자산가치)대비 1/3에 불과하다는 자평도 담겨있습니다.
복합기업은 산업 특성이 상이한 여러 사업부문을 갖고 있거나 여러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말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내부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시장에서 할인평가된다는 연구물들이 있습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분할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으로 한화의 NAV 할인은 축소될 수 있다고 일단 평가합니다. 'NAV 할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순자산(Net Asset)은 아래 그림에서처럼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자본을 말합니다. NAV(Net Asset Value)는 자산 가치평가액에서 부채 가치평가액을 차감한 것으로,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이론적인 주주지분의 가치(이론적 기업가치, 시가총액)'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가치는 영업자산의 가치와 비영업자산의 가치로 구성됩니다. 영업자산의 가치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사업부문(영업부문)의 가치를 평가한 값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대표적 비영업자산으로는 자회사 지분이나 현금 같은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비영업자산의 가치란 자회사 지분평가액, 현금보유고 같은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NAV라는 것은 '회사의 영업가치평가액+자회사 지분가치+현금-차입금'이 됩니다. '현금-차입금'은 묶어서 '순차입금'으로 정리하면 됩니다.
한화 주식은 이론적 기업가치 대비 60%나 할인되어 시장에서 거래됐습니다. 60%대 NAV 할인율은 국내 상장 대기업으로서는 최고수준입니다.
한화의 지난해 말 기준 NAV는 18조로 평가되고, 보유 상장사 지분가치만 19조에 이릅니다. 하지만 시총은 7조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좀 더 쉽게 비유적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X축을 공부량, Y축을 성적향상도로 정했을 때 기울기가 1이라면 공부한만큼 성적이 오르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울기 0.2라면 성적은 공부량의 5분의1 밖에 반영되지 않는 셈입니다. 기울기가 0.4로 개선된다면 공부량만큼 비례하여 성적이 오르진 않아도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진 상태가 되겠죠.
삼성증권 리포트에 나타난 한화의 'NAV-시가총액 회귀분석'을 보면 기울기는 0.19에 불과했습니다. 자회사 지분가치가 올라 NAV가 증가하여도 한화 시총 반영율은 턱없이 낮아 괴리가 컸습니다. 분할 공시 이후 0.22 수준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앞으로 0.4 수준으로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인적분할 및 기업가치제고계획이 이행될 경우 NAV 할인율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존속회사 한화는 인적분할에도 불구하고 별도 기준의 현금흐름 감소는 없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만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사는 제빵과 제과사업을 하는 회사로, 발행주식수는 100주, 시총은 100만원 입니다.
0.7대0.3의 비율로 제빵사업을 인적분할해 봅니다. 분할 전 100주는 분할 후 존속제과회사 70주, 신설제빵회사 30주로 나눠집니다. 시총 역시 이론적으로 70만원과 30만원으로 나눠진 뒤, 분할재상장 이후에는 각자 기업가치에 맞게 변동될 겁니다. 어쨋든, 존속제과회사 입장에서는 제빵사업이 떨어져나가면서 이 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만큼은 신설회사로 귀속이 되겠죠.
한화는 0.76 대 0.24로 분할합니다. 그런데 존속한화의 현금흐름은 분할 이후에도 거의 변동이 없을 전망입니다. 한화의 현금흐름은 자체사업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지만, 계열회사로부터의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수익 비중도 높습니다. 분할해나가는 회사들이 한화에 기여한 로열티와 배당은 매우 적었습니다. 존속회사가 안고가는 계열사들로부터의 현금유입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겁니다. 따라서 분할 이후 존속한화의 주식수는 24% 감소하는 반면 현금흐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만큼 주당현금흐름액이 커지겠죠.
증권가는 존속한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달리 신설지주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화의 인적분할 공시 이후 발표한 논평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집어넣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이번 기업분할 공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은 한화에 대한 목표주가는 15만원대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제법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겁니다. 현대차증권의 분석을 보겠습니다.
자체 영업가치(1조750억원)에 자회사 지분가치(상장 25조6230억, 비상장 1조2590억)을 더하고 순차입금 5조2590억원을 차감합니다. NAV는 22조6980억원으로 산출됩니다. 여기서 목표할인율은 51.1%를 적용하였습니다. 과거 한화가 보여준 실제 NAV 할인율보다 낮췄습니다. 이를 통해 목표주가를 15만7000원으로, 기존 대비 40% 이상 상향조정하였습니다.
일부 증권사의 목표가 상향에도 불구하고 한화 주가는 분할공시 이후 2거래일 상승한 뒤 4거래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화는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요. 가수 에일리의 히트곡 '보여줄게'의 가사처럼 한화는 '전혀 달라진 나', '훨씬 더 예뻐진 나'를 통해 시장에 재평가받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