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보고 싶을 만큼 예쁜 고윤정·김선호, 그 이상의 홍자매표 세계관('이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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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요. 계속 보고 있고 싶을 만큼." 중세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마을 시비타 디 반뇨레쪼를 배경으로 찍는 '로맨틱 트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쿠로사와 히로(후쿠시 소타)는 차무희(고윤정)에게 일본어로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은 차무희의 귀에 꽂힌 리시버를 통해 한국어로 통역되어 전달된다.
일본어로 말하는 히로와 한국어로 답하는 차무희 그리고 그 중간에서 두 언어를 통역하는 주호진은 그래서 그 소통의 경로가 자꾸만 굴절된다.
"나는 진심으로 차무희라는 사람이 좋습니다." 이탈리아의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히로가 일본어로 그렇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 말은 주호진의 입을 통해 통역되면서 묘한 뉘앙스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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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예쁘네요. 계속 보고 있고 싶을 만큼." 중세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마을 시비타 디 반뇨레쪼를 배경으로 찍는 '로맨틱 트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쿠로사와 히로(후쿠시 소타)는 차무희(고윤정)에게 일본어로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은 차무희의 귀에 꽂힌 리시버를 통해 한국어로 통역되어 전달된다. 그 광경을 모니터로 바라보며 통역해주는 통역사 주호진(김선호)을 통해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이하 이사통)>의 시작점에 등장하는 이 상황은 앞으로 이 드라마가 전개할 멜로의 특별함을 예고한다. 히로가 말하는 계속 보고 있고 싶을 만큼 예쁜 존재는 바로 차무희를 말하는 것이지만, 차무희는 그 말이 그 마을의 압도적인 광경을 뜻하는 것으로 오인한다. 그래서 "나도요. 우리 촬영하면서 진짜 예쁜 곳 많이 봤는데..."라고 답한다.

그러자 히로는 다소 진지하게 차무희를 바라보며 진짜 속마음을 일본어로 전한다. "나는 진심으로 차무희라는 사람이 좋습니다." 하지만 히로의 진심을 들은 통역사 주호진은 그 말을 쉽게 통역해 차무희에게 전하지 못한다. 그 역시 차무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머뭇대던 주호진이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한국어로 전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들었습니까?"
이 단순해 보이는 장면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무수히 많은 소통의 결절들이 겹져 있다. 언어의 결절이 그 첫째고, 말과 말 사이를 잇는 미디어의 결절이 그 두 번째며, 그 말을 전하는 전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결절이 그 세 번째다. 일본어로 말하는 히로와 한국어로 답하는 차무희 그리고 그 중간에서 두 언어를 통역하는 주호진은 그래서 그 소통의 경로가 자꾸만 굴절된다.

특히 여기 얹어지는 각자의 사적인 마음들이 그 굴절을 더 깊게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좀비 역할로 세계적인 배우가 된 차무희의 그 이미지를 싫어했던 히로는 차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히로가 진심인 줄은 전혀 모른 채 통역하는 주호진의 다정함에 차무희는 점점 마음을 뺏긴다. 그저 일로써 통역만 해주려 참여했던 주호진 역시 갈수록 일의 영역을 넘어서 차무희가 신경 쓰이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
"나는 진심으로 차무희라는 사람이 좋습니다." 이탈리아의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히로가 일본어로 그렇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 말은 주호진의 입을 통해 통역되면서 묘한 뉘앙스가 더해진다. 마치 통역을 빌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처럼 들린다. 차무희 역시 눈앞의 히로가 아닌 통역을 말을 전해주는 주호진의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린다.

게다가 이건 '로맨틱 트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는 설정이고 연기다. 차무희도 히로도 그 직업이 모두 배우라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이들은 로맨틱한 공간에서 달달한 말들과 설레는 눈빛을 교환하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연기인지 종종 오인된다. 늘 툴툴대며 까탈스럽게 굴던 히로가 어느 순간부터 차무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만, 그것이 진심이라는 걸 차무희는 알아채지 못한다.
이러한 소통의 결절은 주호진과 차무희 사이에도 벌어진다. 우연히 일본에서 만나 인연이 시작됐지만 통역사와 배우로 다시 만난 그들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려는 차무희의 제멋대로인 변심을 주호진은 이해할 수 없다. 사랑의 감정이 피어오르는 순간 이별을 통보하거나 떠나버리는 차무희다. 그래서 단호히 마음을 정리하려 하면 이제 차무희가 다시 나타나 마음을 어지럽힌다.

차무희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궁금증이 생겨날 즈음, 그녀가 어린 나이에 겪은 충격적인 트라우마가 드러난다. 그 트라우마로 차무희에게 영화 캐릭터였던 도라미가 자꾸 나타나고 급기야 도라미가 차무희를 대신하는 주객의 전도가 생긴다. 두렵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차무희는 도라미로 도망친다. 눈을 감았다 뜨고 나면 도라미가 저질로 놓은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도라미가 대신 해주는 것.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멜로드라마의 흐름에서 갑자기 사이코드라마로 장르 전환을 하는 듯한 설정이지만, 이것 역시 '소통'의 문제를 멜로의 틀 안에서 풀어내는 홍자매표 판타지 서사의 하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차무희를 주호진은 그 이면의 트라우마와 그로 인해 생겨난 도라미라는 또 다른 인격까지 다정하게 받아주면서 변화를 만들어낸다. 결국 사랑이란 그 사람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껴안고 소통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설정이다.

또한 차무희가 도라미라는 또 하나의 인격을 소환해낸 이유 역시 스스로와의 '소통'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갑자기 온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탄생시킨 도라미라는 인격은 차무희를 괴롭히기보다는 그녀를 돕는다. 그래서 다정한 주호진은 도라미라는 인격을 통해 차무희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주호진이 도라미를 차무희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좋은 통역사'라고 말하는 이유다.
일본의 에노시마, 가마쿠라는 물론이고 캐나다의 쿼리호수나 오로라가 펼쳐지는 어퍼 카나나스키스 호수, 이탈리아의 시비타 디 반뇨레쪼와 시에나의 캄포 광장 등등, <이사통>은 그저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로맨스 감정이 생겨날 것 같은 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위에서 김선호와 고윤정 그리고 후쿠시 소타 같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주는 배우들이 로맨스를 이어간다.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눈호강 멜로드라마지만, 점점 보다 보면 눈호강을 넘어서는 치열한 마음들의 부딪침과 그로 인한 상처들 그리고 그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위로가 겹쳐진다. 역시 홍자매라는 말이 나올 법한 그녀들만의 독특한 로맨스의 세계가 펼쳐진다.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으로 논리적이지만 다정한 면모를 드러내는 김선호와, 두 인격을 오가며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민폐를 끼치는 역할마저도 모두 사랑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고윤정, 그리고 시작은 다소 재수 없어 보였지만 갈수록 매력적인 면모를 드러낸 후쿠시 소타의 연기 앙상블도 이 쉽지만은 않은 작품을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만든 힘이다. 특히 고윤정과 김선호는 이 작품을 통해 보다 글로벌한 입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드라마와 사이코드라마를 섞어 놓은 듯한 장르의 변주가 있는 작품이지만, 이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소통에 대한 것이다. 언제 어디든 연결되어 있고, 어떤 언어든 기기를 통해 순식간에 통역도 가능한 시대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소통에 이르기 어렵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직접 마주 보고 말이 아닌 표정과 뉘앙스를 읽어내며, 그 이면에 있는 그림자까지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혹은 사랑)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를 차치하고라도 저 히로의 말처럼 느껴지는 드라마지만. "예쁘네요. 계속 보고 있고 싶을 만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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