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기값 급등…새학기 앞둔 학부모 ‘울상’
저가형 노트북 실종…스마트폰도 줄인상
"가격 엄두 안나" 구매자들 발길 돌려
"오늘이 제일 싸…1분기 추가 상승 전망"

"몇 달 새 컴퓨터 가격이 이렇게 오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22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컴퓨터 전문 매장. '신학기 세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장 안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간혹 들어온 손님들도 견적서 확인 후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대학 입학 선물로 딸에게 노트북을 선물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학부모 윤정아(57·여)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당초 예상했던 가격보다 40~50만원 가량 더 비싸 당황스럽다"며 "괜찮은 제품은 300만원 가까이 해 한달 월급과 맞먹어 선뜻 카드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담을 돕던 직원이 "부품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오늘이 그나마 제일 저렴한 가격"이라고 귀띔했지만, 윤 씨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결국 견적서를 내려놓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의 IT 기기를 교체해주려던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부상으로 핵심 부품인 D램(DRAM)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PC와 노트북, 스마트폰 등 주요 기기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PC 핵심 부품인 삼성전자 DDR5 16GB 램 모듈의 소비자 가격은 41만~44만 원대다. 지난해 2월 6만 원대 초반, 9월 7만 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도 안 돼 가격이 6~7배나 폭등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여겨졌던 조립 PC 가격도 널뛰고 있다. 32GB 램을 장착하는 게임용 PC의 경우, 메모리 가격만 14만 원에서 84만 원으로 뛰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고가 역시 '역대급' 인상 폭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갤럭시 북6 울트라' 최고 사양 모델은 전작 대비 120만 원 오른 493만 원으로 책정됐다. '갤럭시 북6 프로'(14인치 최고 사양) 모델 일부 라인업은 인상 폭이 25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LG전자의 '그램' 시리즈 또한 모델별로 40만~50만 원 수준의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만 원 이하의 이른바 '가성비 노트북'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품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제조사들이 보급형 생산을 줄인 데다, 유통업체들마저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재고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한 업계 관계자는 "몇 달 새에 가격이 크게 뛰어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신학기 대목임에도 이 곳을 찾는 소비자 10명 중 9명은 구매를 포기하거나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기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10%에서 20%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시를 앞둔 삼성 '갤럭시 S26' 시리즈와 애플의 '아이폰18' 역시 전작 대비 큰 폭의 출고가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이번 가격 급등의 주원인은 'AI 붐'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가속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PC용 D램 생산 비중이 줄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며 "여기에 고환율도 가격 인상 요인이다.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완제품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으로 IT 기기들의 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 1분기 PC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5~60% 추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