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 혼자 산다' 804만명 … 맞춤형 복지 고민할 때
복지제도 기본값은 '가족'
주거·돌봄·세제지원 등
개인 단위로 재설계해야

한국의 가족은 전례 없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우리가 당연시해 온 가족의 의미와 경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고 있다. 이런 물음의 기저에는 '1인 가구'의 급증이 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1975년 전체 가구 중 95.8%가 2인 이상 가족이었다. 가족 형성은 당연한 생애 과정이었고, 사회제도는 이를 전제로 설계됐다. 50여 년이 지난 2024년 현재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인 804만5000가구로 가장 많은 가족 유형이 됐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가족 연구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준다. 더 이상 전통적 가족 형태를 표준으로 설정하고 다른 형태를 일탈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증가하는 1인 가구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취약 대상으로 고립된 1인 가구를 주목하고 있는데, 외로운 1인 가구에 대한 관심도 제기된다. 2022년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약 45%가 '외로움군'으로 분류된다. 사회적 관계망 수요가 낮은 '고립군'과는 다른 욕구를 갖는다. 외로움군에는 사회관계망 형성 기회와 경제 자립 지원이, 고립군에는 건강 관리와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정책은 1인 가구의 다른 맥락과 욕구를 구분해 차별화된 대응을 해야 한다.
자발적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 질병, 실직, 노화 등 위기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혈연 가족이 없거나 의지하기 어려울 때 '선택한 관계'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공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가족구성권연구소가 제안하는 '사회적 가족' 개념은 주목할 만하다. 혈연과 법률혼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서로 돌보고 지원하는 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여전히 '가족 단위'를 기본값으로 삼고 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나 유족연금, 주거 지원 등은 모두 가족 관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이는 가족이 없는 개인을 구조적으로 배제할 뿐 아니라 '가족 형성의 특권화'라는 불평등을 낳는다. 이제 결혼은 더 이상 보편적 생애 과정이 아니라 경제적 자원에 따른 '계층화된 선택'이 됐다. 그럼에도 정책은 결혼한 가족에게만 세제 혜택, 주거 지원 등을 집중함으로써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2020년 기준 38%에 달한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1인 가구를 사회의 표준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개인 단위로 재편하고, 모든 사람이 혼자라는 전제하에 도시와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 구조의 변화에 맞춰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과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족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가족 형성 지원'에서 '돌봄과 연대 중심'으로 가족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가족이라는 특정 형태에 특권을 부여하는 대신,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돌봄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김주현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한국가족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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