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우리도 '원화 국제화'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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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환율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달러 수요를 원화로 대체할 수 없어 환율 안정은 우리 국민의 달러 수요를 억제해야 가능해진다.
그들이 원화에 접근하고, 우리도 해외에서 원화를 쓰게 되면 환율은 용이하게 안정될 수 있다.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협소해서 달러를 매집해 환율을 폭등시킨 후 달러를 팔고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위기까지 도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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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원화 접근 풀어
해외서 원화 쓰게 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 될 듯

연초부터 환율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 안정 의지를 보인 이후 다소 주춤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약간의 충격으로도 시장의 심리가 언제든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의 위태로움은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달러에만 의존하고 있는 탓도 크다. 외국인의 원화 접근이 차단돼 있어 대외 거래가 늘면 달러 수요로 집중된다. 달러 수요를 원화로 대체할 수 없어 환율 안정은 우리 국민의 달러 수요를 억제해야 가능해진다. 그래서 지난 연말 환율 방어를 위해 서학개미를 국장에 복귀시키거나 국민연금의 환헤지를 늘리는 고육지책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원화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커지고 있다. 그들이 원화에 접근하고, 우리도 해외에서 원화를 쓰게 되면 환율은 용이하게 안정될 수 있다. 대외 거래가 늘더라도 원화 수요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밝힌 원화 국제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가려면 달러를 환전하고 이를 다시 현지 화폐로 바꾼다. 여행이 끝나면 남은 현지 화폐는 달러로 교환해야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 모든 과정에서 달러가 필수적이므로 많은 사람이 일시에 여행을 간다면 달러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만일 현지에서 원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 달러를 살 필요가 없어질 것이므로 환율에는 영향이 없다. 환율시장이 안정되고 우리 국민은 환전에 따른 불편과 수수료 부담, 환 리스크에서 해방된다. 현지 상인은 원화가 모이면 원화로 예금하길 원하고 필요하다면 원화 대출을 받아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려고 할 것이다. 원화 조달과 관리에 강점이 있는 한국계 금융회사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무역·투자 거래가 많고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원화 비즈니스는 큰 규모로 성행할 것이다. 암암리에 원화가 통용되는 북한도 원화 경제권으로 편입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서 디지털 화폐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원화 국제화를 지금껏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다. 외국 투기자본이 원화를 차입할 수 있게 되면 빌린 돈으로 외환시장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협소해서 달러를 매집해 환율을 폭등시킨 후 달러를 팔고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위기까지 도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화가 국제적으로 대거 유통되면 정부가 환율이나 금리를 관리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일 것이다. 수출이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수단을 내려놓는 일이므로 쉬운 선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가려면 달러부터 환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깰 때가 되었다. 대외 순금융자산이 1조달러를 넘어섰고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상회하는 강건한 체질이라면 환율은 이제 시장에 맡겨야 한다. 주요 10개국(G10)은 말할 것도 없고 덴마크나 뉴질랜드처럼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경제적 위상이 우리보다 못한 국가도 오래전부터 자국 통화를 국제 시장에서 유통시켜 오고 있다. 호주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국 화폐의 국제화를 통해 외환시장도 성장하는 시너지를 누렸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위안화 직거래처럼 한도를 정해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방법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원화 국제화의 근거 법령인 외환거래법을 전면 손질해 한국 경제의 진정한 글로벌화의 서막을 열기 바란다.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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