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는 청춘의 선택, 스크린을 넘어 항일로

정회진 기자 2026. 1. 22. 16: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 황제 김염(金焰) 대표작 상영회
한국이민사박물관서 3편 상영
후손 박규원 작가, 상영회 참석
▲ 김염의 후손이자 베스트셀러 '상하이 올드 데이즈'의 저자인 박규원 작가가 지난 21일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김염 대표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의 한 대저택에서 턱시도를 입은 남성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짝을 맞춰 춤을 춘다.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근심 가득한 표정의 한 남성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 밖에는 일본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결의에 찬 의용군들로 가득했다. 결국 그 남성은 "피 끓는 청춘들이여, 다 같이 나아가자"라고 외치며 의용군 대열로 뛰어들었다.

중국 무성영화 '들장미'(1932) 속 장면으로 그 남성은 장퍼 역을 맡은 배우 김염(金焰·1910~1983)이다. 그는 조선인 신분으로 중국 영화 황제에 올랐다. 그는 총이 아닌 문화예술 활동으로 일제에 저항했다.
▲ 영화 '들장미'(1932) 스틸컷. /사진제공=한국이민사박물관

지난 21일 오후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특별전 <상하이 영화 황금시대의 조선 영화인들>과 연계해 김염 대표작 3편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시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들장미'를 비롯해 '도화읍혈기'(1932), '대로'(1934)가 상영됐다. 해당 작품들은 무성영화 또는 부분 유성영화 형태로 남아 있다.

상영회에는 김염의 후손이자 베스트셀러 '상하이 올드 데이즈'의 저자인 박규원 작가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 작가는 작품의 배경 설명과 등장인물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직접 들려주며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김염은 독립운동가를 여럿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상하이를 중심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가며 1930년대 초 멜로 영화로 중국 전역의 인기를 얻어 '멜로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하이 사변 이후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친일 영화 출연을 거부했다.

대표적 항일 영화로 꼽히는 '대로'에서 김염은 일본군 앞잡이의 방해 공작 속에서도 항일 투쟁을 위한 군사도로 개통을 이끌어낸 인물로 등장한다. 끝내 일본의 폭격으로 그는 전사한다. 애국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은 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당시 젊은 층의 항일 의식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규원 작가는 "1930년대는 항일이라는 역사적 사명과 긴박성을 안고 있었다"며 "김염의 항일 운동에 대해 시민분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 영화 '대로'(1934) 스틸컷. /사진제공=한국이민사박물관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