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는 청춘의 선택, 스크린을 넘어 항일로
한국이민사박물관서 3편 상영
후손 박규원 작가, 상영회 참석

1930년대 중국 상하이의 한 대저택에서 턱시도를 입은 남성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짝을 맞춰 춤을 춘다.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근심 가득한 표정의 한 남성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 밖에는 일본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결의에 찬 의용군들로 가득했다. 결국 그 남성은 "피 끓는 청춘들이여, 다 같이 나아가자"라고 외치며 의용군 대열로 뛰어들었다.

지난 21일 오후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특별전 <상하이 영화 황금시대의 조선 영화인들>과 연계해 김염 대표작 3편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시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들장미'를 비롯해 '도화읍혈기'(1932), '대로'(1934)가 상영됐다. 해당 작품들은 무성영화 또는 부분 유성영화 형태로 남아 있다.
상영회에는 김염의 후손이자 베스트셀러 '상하이 올드 데이즈'의 저자인 박규원 작가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 작가는 작품의 배경 설명과 등장인물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직접 들려주며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김염은 독립운동가를 여럿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상하이를 중심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가며 1930년대 초 멜로 영화로 중국 전역의 인기를 얻어 '멜로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하이 사변 이후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친일 영화 출연을 거부했다.
대표적 항일 영화로 꼽히는 '대로'에서 김염은 일본군 앞잡이의 방해 공작 속에서도 항일 투쟁을 위한 군사도로 개통을 이끌어낸 인물로 등장한다. 끝내 일본의 폭격으로 그는 전사한다. 애국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은 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당시 젊은 층의 항일 의식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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