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나쁜 사람, 50% 이상이 ‘이 병’으로 숨진다...왜 그러지?

김영섭 2026. 1. 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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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콩팥서 뿜어내는 ‘독성 물질’, 심장 직접 공격해 사망 초래”
콩팥 기능이 망가진 사람의 절반 이상이 심장병으로 숨지는 원인이 밝혀졌다. 미국 연구팀은 병든 콩팥에서 심장을 직접 손상시키는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콩팥병 환자의 50% 이상이 끝내 심장병으로 숨지는 원인을 규명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대와 마운트 시나이 병원 공동 연구팀은 병든 콩팥에서 심장을 직접 손상시키는 독성 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의 콩팥에서 만들어져 혈액 속을 떠다니는 순환성 '세포외 소포(EV)'가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이 흔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비만이나 고혈압 등 공통 위험 요인이 많아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웠다.

이 연구 결과(Role of Circulating Extracellular Vesicles in the Pathogenesis of Heart Failure in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는 최근 국제 학술지 《순환(Circulation)》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콩팥 자체가 심장을 해치는 물질을 직접 만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부전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는 새로운 혈액 검사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독성 '세포외 소포'를 차단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의 새로운 치료법 발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세포외 소포는 우리 몸 대부분의 세포가 만들어내는 미세 입자로, 단백질이나 유전 정보 등을 다른 세포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문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콩팥에서 만들어지는 세포외 소포가 정상과 다르다는 점에 있다. 연구팀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콩팥에서 생성된 세포외 소포가 심장세포에 독성을 일으키는 특정 miRNA(마이크로 RNA)를 실어 나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miRNA는 심장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생쥐에서 세포외 소포의 순환을 차단하자 심장 기능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심부전 증상이 완화됐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장 검체에서도 건강한 사람과 달리 동일한 독성 세포외 소포가 많이 발견됐다. 콩팥과 심장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콩팥에서 나온 세포외 소포가 심장으로 이동해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의하면 미국인 7명 중 1명 이상(약 3500만 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 고혈압 환자의 5분의 1이 만성 콩팥병을 동반한다. 한국의 만성콩팥병 환자는 성인 7~8명 중 1명꼴인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한신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고령화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의 증가로 인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4명 중 1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해졌지만,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린다.

[자주 묻는 질문]

Q1. 콩팥이 안 좋은데 왜 심장 걱정부터 해야 하나요?

A1. 콩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지만, 기능이 떨어지면 단순히 노폐물만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병든 콩팥은 심장 근육을 공격하는 독성 입자를 혈액으로 뿜어냅니다. 이 때문에 만성콩팥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심부전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장병이 발생할 위험이 훨씬 높으며, 실제로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심장병으로 사망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Q2. 이번에 발견된 '세포외 소포'라는 물질은 치료가 가능한가요?

A2. 현재는 이 물질의 존재와 원인을 규명한 단계입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이 독성 입자의 흐름을 차단했을 때 심장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혈액에서 독성 소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그 안에 담긴 유해한 유전 물질(miRNA)의 활동을 막는 정밀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3. 한국에도 만성콩팥병 환자가 많다고 하는데,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한국 성인 7~8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투석이 필요한 말기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스스로 증상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정기적인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콩팥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한 새로운 혈액 검사가 상용화된다면, 훨씬 더 일찍 심장 합병증 위험을 찾아내고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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