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 ‘틀려도 괜찮아, 삶은 즉흥이니까’ 출간

김정모 기자 2026. 1. 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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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공백을 삶의 자산으로 바꾸는 재즈적 사유 담아
정답 강박 시대에 전하는 엇박자의 용기와 위로
▲ '틀려도 괜찮아, 삶은 즉흥이니까' 입체표지.출판사 율리시즈 제공

AI가 정답이라고 내놓는 시대, 역설적으로 정답만을 강요받으며 매 순간 불안에 시달린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멋진 즉흥연주의 시작"이라고 선언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씨가 "틀려도 괜찮아, 삶은 즉흥이니까"라는 단행본을 15일 출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반전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즈를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불확실한 세상을 유연하게 건너는 '삶의 태도'로 정의한다. 삶이란 정해진 악보의 재현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흐름을 타는 '즉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재즈전문학교(석사과정) 유학을 다년온 저자는 파리의 낯선 골목을 헤매며 체득한 자유에서부터 니체의 철학, 마티스의 그림, 우리 일상의 소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재즈의 문법을 길어 올린다.

"재즈에서 틀린 음은 없다. 그저 낯선 장소에 놓였을 뿐이다."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말처럼, 이 책은 우리의 실수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낯선 변주의 시작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나아가 세상의 속도인 '정박'에 맞추기보다 나만의 '엇박자'로 걷는 것이야말로 주체적인 삶의 우아함이자 숭고한 저항임을 보여준다. 정답 강박에 지친 현대인에게, 내 안의 긴장을 내려놓고 삶의 불협화음을 기꺼이 즐기며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용기를 전하는 다정한 권유이자 단단한 응원이다.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공연 중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을 때 마일즈 데이비스가 그 '틀린 음'에 맞춰 순식간에 새로운 코드를 연주해냄으로써 그 실수를 '가장 놀라운 화음'으로 뒤바꾼 극적인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의 삶 또한 이와 같아서, 낯선 길로 들어서는 두려움과 실수의 순간이야말로 타인과 깊이 연결되고 삶의 지평이 확장되는 '결정적 순간'임을 일깨운다.

나아가 악보 위 '빈 마디'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주목한다.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이 "재즈는 연약함에 대한 음악"이라고 정의했듯이, 무엇을 연주할지 모르는 채 무대에 올라 자신의 약함을 기꺼이 드러내고 타인의 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과 자유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전하는 재즈의 핵심은 '기꺼이!'의 정신이다. 정해진 악보가 사라진 막막한 순간, 두려움에 주저앉기보다 낯선 흐름을 기꺼이 환대할 때 삶은 비로소 축복이 된다. 즉흥연주가 독주가 아닌 '대화'인 것처럼, 삶 또한 나만의 독백이 아니라 타인과 끊임없이 주고받음 속에 존재한다.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당신의 연주는 틀리지 않았다"라는 단단한 믿음을 건네며, 서로의 숨소리와 리듬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경청'이야말로 나를 지키고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아름다운 화음임을 일깨운다.

" 명태전에서 비밥을, 니체에게서 스윙을 듣다. 인문학과 예술, 일상을 넘나드는 풍성한 '재즈적 사유'"

이 책의 백미는 음악을 넘어 일상과 인문학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독창적인 '재즈적 사유'에 있다. 저자의 시선이 닿으면 밥상 위의 반찬도, 딱딱한 철학책도 모두 흥겨운 재즈가 된다. 가령 저자는 명태가 건조 방식에 따라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노가리로 이름을 바꾸며 변신하는 과정에서 재즈의 '변주(Variation)'를 읽어낸다. 하나의 식재료가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질감으로 재탄생하듯, 하나의 테마가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수만 가지 곡으로 변하는 재즈의 원리를 밥상 위에서 포착해낸 것이다.

기존 문법을 파괴하고 문장 부호마저 리듬처럼 사용했던 니체의 글쓰기에서는 자유분방한 재즈의 운율을, 점잖은 양반 사회에서 파격적인 문체와 해학으로 시대를 풍자했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는 비밥Bebop의 저항 정신을 발견한다. 바흐의 대위법이 재즈의 뼈대가 되고, 허난설헌의 한 맺힌 시가 현대의 재즈 선율과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을 통해, 예술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삶 곳곳에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나아가 저자의 시선은 건축과 영화의 영역으로까지 거침없이 뻗어 나간다. '장식은 죄악'이라며 건축의 본질을 추구했던 아돌프 로스의 미니멀리즘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 쿨 재즈의 담백함을 보고, 건축의 견고한 구조 속에 숨겨진 빛과 그림자, 영화의 컷과 컷 사이의 호흡마저도 저자에게는 모두 세상과 소통하는 재즈의 리듬이다.

" 남들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엇박자로 걷는 우아함"

세상이 정해놓은 '정박(On-beat)'에 맞춰 모두가 똑같은 속도로 행진할 때, 재즈는 엇박자(Off-beat)의 미학을 추구한다. 보통의 음악이 1박과 3박에 강세를 둔다면, 재즈는 약박인 2박과 4박을 강조함으로써 기묘한 긴장과 역동적인 스윙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나 성공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조금 서툴더라도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우아함'이라고 이야기한다. 남과 다른 박자로 걷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춤을 추기 위한 도움닫기인 셈이다.

저자는 몸의 긴장을 풀고 고유의 리듬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알렉산더 테크닉'을 소개한다. 구부정한 자세로 심장병을 앓던 조지 버나드 쇼가 이를 통해 "잘못된 것을 멈추면 올바른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라는 이치를 깨닫고 건강을 회복했듯이, 삶에서도 힘을 빼고 '잠시 멈춤'을 실천할 때 비로소 억눌려 있던 진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나만의 템포로 걷는 자유로운 엇박자의 춤이 필요한 이유다.

엇박자의 미학은 판소리의 엇모리장단이나 굿거리장단에서도 이 친숙한 자유의 리듬을 발견한다. 12박의 자진모리 속에 슬쩍 끼어든 엇모리가 긴장과 이완을 주무르며 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듯이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발휘되는 '유연한 비틀기'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반전의 묘미가 된다. 나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목숨을 걸고 스윙 댄스를 추었던 독일의 '스윙 유겐트'에게 엇박자의 스텝은 단순한 춤이 아닌 자유를 향한 숭고한 저항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이 책은 우리에게 획일화된 세상의 정박자에 무조건 순응하지 말고, 나만의 고유한 엇박자로 춤추듯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것은 결코 비뚤어진 걸음이 아니라 가장 나답게 걷는 자유의 스텝이기 때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임미성의 글은 재즈 같다. 재즈처럼 쉽고 편안하다. 어떤 때는 명태 같고 어떤 때는 고대의 시나 시조 같다"고 추천했다.

▲ 재즈 보컬리스트 임미성.임미성 제공

지은이 임미성 재즈 보컬리스트는 스스로를 '엉뚱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그 '엉뚱함'은 마침내 프랑스 뮤지션들과 어우러져 음반을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프랑스 IACP, BEPA, EDIM에서 재즈를 공부했다.<코리안 포에틱 재즈>의 공동 리더인 피아니스트 허성우(작곡)와 함께 1집 《바리공주》와 2집 《용비어천가》를 통해 한국의 신화와 고전을 재즈 컨템포러리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1집 수록곡인 〈공무도하가〉는 파리 국제 페스티발(Jazzy Colors)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3집 《오감도》는 천재 시인 이상의 시를 모아 재즈로 작업한 음반이다. 문학과 음악, 고전과 현대를 융합하는 그녀의 작업은 한국 재즈계에서 가장 예외적이고 독창적인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현재 숭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공연과 함께 4집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민들레》라는 매체에 재즈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