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치수 재는 양복명장…"해외서 통하는 명품 만들 것"
② 이정구 골드핑거 대표
1962년 재단사 입문, 40년 거쳐 명장 선정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젊은 CEO까지 찾아
데이터 기반 자동 패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비대면 양복 플랫폼 선보여 해외시장 공략
미국 관세 장벽과 고환율 등 국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25년이 지나가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역시 작년의 위기가 이어지며 우리 경제 주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같이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 숨은 소상공인 명인들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신들의 기술을 연마하고, 어제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립니다. 수십 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며 지역 경제를 책임져온 이들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이자 진정한 풀뿌리입니다. 단순한 가게를 넘어 지역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 명인들의 삶과 경영 철학을 조명함으로써, 독자 여러분께는 새로운 영감을, 소상공인들에게는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자 이데일리는 전국의 ‘강한 소상공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명장의 손길이 담긴 양복을 비대면 시스템으로 맞출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세계에서 명품 양복으로 인정받는 게 꿈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1962년 충남 보령에서 10대 때 양복업에 첫발을 들였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재단사의 길로 들어선 건 다름 아닌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6·25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양복점에서 기술을 배우게 됐다”며 “재단사로 이왕 시작한 만큼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일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재단사의 일은 녹록지 않았다.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잡무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기술을 익혀나갔다. 이 대표는 “양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양복점에 들어가 심부름부터 했다”며 “미싱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청소나 원단 정리하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고 회상했다. 또 “옛날에는 전기다리미가 아니라 불을 피우는 방식의 숯다리미를 썼다”며 “추운 겨울에 손이 터져가면서 불을 피워 작업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 한 달에 500원 정도 받아 목욕탕 가고 자장면 두세 그릇 먹었던 게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지방에서 4년간 경력을 쌓은 그는 부푼 꿈을 안고 1966년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더 나은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당시 내로라하는 재단사를 찾아 일을 배웠다. 이 대표는 “서울로 상경해 유명 양복점 중에서 기술 좋은 재단사들을 찾아가 무보수로 배웠고 혼자서 양복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오랜 시간 몸으로 부딪히며 흘린 땀방울은 끝내 빛을 발했다. 1970년에 개최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어 일본 동경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까지 금메달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이후에도 한국남성복경진대회 최우수상, 세계주문복총회 대회장 표창 등에 이어 2001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310호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한발 더 나아가 오는 3월에는 스타트업 ‘펠로우즈’와 협업을 통해 AI 기반 비대면 양복 맞춤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AI 솔루션이 신체 사이즈를 추출하고, 3차원(3D) 가상 피팅을 거쳐 비대면 방식으로도 양복을 맞출 수 있는 체계를 구현한다. 이 대표는 “고객이 비대면 양복 맞춤 시스템을 이용하면 배송 시간을 포함해 국내에서 열흘에서 2주 정도면 양복을 맞출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향후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비대면 양복 맞춤 시스템을 활용해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 저변을 넓혀 K패션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그는 “비대면 양복 맞춤 시스템에 글로벌 마케팅을 결합해 골드핑거 양복을 세계 명품으로 만들겠다”며 “비대면 맞춤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우리나라 패션 산업도 유럽 명품과 비견할 정도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응태 (yes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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