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장 교체 국면… ‘다음 경영’ 가로막는 책임과 권한의 엇갈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KT가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신뢰 회복과 조직 정상화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하지만 대표 교체가 결정된 이후에도 조직개편과 인사 등 핵심 정비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동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내부 인식 확산되고 있다.
◇ 신·구 대표 공존기… "차기 체제 준비 힘 실어야"
KT는 김영섭 대표가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 차기 CEO 공모에 착수, 박윤영 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한 상태다. 그러나 차기 대표 체제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이어지는 과도기 국면에서 조직 운영의 방향성과 권한 정리가 명확히 이뤄지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해킹 사태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조직을 빠르게 정비하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일관된 메시지와 실행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현재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대표와 차기 대표가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보면 현직 대표에게 법적 권한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대표가 공식 선임되기 전까지 CEO 권한은 현 대표에게 있다. 다만 위기 이후 정상화 국면에서는 법적 권한과 별도로, 조직을 '관리 국면'으로 전환해 차기 체제 준비에 힘을 싣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는 것이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과거 KT의 대표 교체 사례와 비교해도 이번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 대표 교체 국면에서도 현·차기 CEO 간 조율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직개편과 인사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마무리돼 새 체제가 연초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반면 이번에는 1월이 지나도록 조직 정비 방향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 내부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해킹 사태 이후 가입자 이탈, 대외 신뢰 하락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구성원들은 명확한 방향 제시와 책임 있는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주요 결정이 미뤄지는 구조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두 인물 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는 것은 회사와 구성원들"이라고 말했다.
KT의 문제는 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구조상 본체의 의사결정 지연은 계열사 경영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위기 이후 빠른 수습과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에 컨트롤타워가 명확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시장과 고객의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킹 사태 이후 대표 교체가 결정됐지만,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황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현 대표는 정기 주주총회까지 법적 권한과 책임을 유지하고 있어, 명확한 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한 이사회 역시 인사나 조직 운영에 직접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사회가 중재나 권고에 나설 수는 있지만, 대표 교체가 확정된 과도기 국면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해킹 사태 이후 KT가 다시 신뢰받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책임 정리와 권한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 교체라는 과도기 국면에서 반복돼 온 인사와 조직개편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 대표의 법적 권한과 차기 대표 체제 준비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직이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명확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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