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텅텅, 병원은 만석… 방학이 아프다 [왜 지금]

손유지 2026. 1. 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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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놀이터 대신 병원으로 향한 아이들
A형을 밀어낸 B형, 면역 공백이 부른 세대교체
다시 주목받는 '마스크·손 씻기·백신'의 힘
습관이 만드는 방역, ‘일회성 대응’ 넘는다

[지데일리] 1월의 차가운 공기 속, 교실은 텅 비었지만 병원 대기실은 웅성거린다. 방학이라 놀이터가 고요해진 대신, 약국 창문 너머엔 해열제와 처방전을 든 부모들이 줄을 잇는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병원으로, 학원 대신 소아청소년과 대기실로 향한다. 겨울방학의 자유보다 찾아온 건, 고열과 기침, 약봉지 한 움큼이다. 

 

겨울방학에도 독감이 다시 확산하며 아이들이 병원으로 향한다. 특히 7~12세 아동을 중심으로 B형 인플루엔자가 급증해 A형을 추월했다. 코로나19 이후 약해진 면역이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초기 치료와 백신 접종, 마스크·손씻기·환기 등 일상 속 방역 습관이 여전히 최선의 예방책이다. AI생성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독감이 올해 들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올해 2주차(1월 4~10일) 기준 독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0.9명으로, 1주 전보다 12.3% 늘었다. 이번 절기 유행 기준(9.1명)을 네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 수치는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9.1명을 네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학교가 문을 닫은 와중에도 유행세는 멈추지 않았고, 도리어 가족 간 전파로 확산의 방향을 바꿨다.

아이들의 겨울을 덮친 'B형 바이러스'

연령별 감염 데이터를 보면, 유행의 중심은 명확하다. 7~12세 초등학생이 1000명당 127.2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13~18세 청소년층이 97.2명, 1~6세 영유아가 51.0명이다. 즉, 아이들과 청소년이 이번 독감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학교 감염이 아니라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가족 단위 감염’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감염되면 대부분 가족 구성원까지 옮기는 형태로, 현재의 확산 구조는 더 촘촘하고 생활 속 깊숙이 번져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바이러스의 세대 교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A형 인플루엔자가 유행을 지배했지만, 올해 들어 B형 인플루엔자 검출률이 17.6%로, A형 15.9%를 추월했다. 한 달 전만 해도 B형 비중은 0.5%에 불과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판이 바뀌었다.

예상 뒤집은 B형, 왜 강해졌나

B형 인플루엔자는 대개 겨울 후반~봄철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A형보다 증상이 가볍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파 속도와 재감염 위험은 오히려 높다. 특히 A형 감염 이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B형에 다시 걸리는 사례가 많아 ‘2차 감염’이 빈번하다.  또 B형은 폐렴이나 후두염, 중이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방심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의 ‘면역 공백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덕분에, 인플루엔자 감염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신체가 독감 바이러스와의 접촉 기회를 잃으며 자연면역이 약화됐다. 아이들에겐 ‘훈련되지 않은 면역 시스템’이 돌아온 셈이다.

감기와 독감은 외견상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감기는 콧물·기침·훌쩍임 같은 상기도 증상 중심이라면, 독감은 38도 이상의 급격한 발열과 근육통, 심한 피로감이 동반된다. B형의 경우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때도 많다. 복통이나 설사, 식욕 저하가 2~3일 이상 지속된다면 의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감염 후 48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으면 증상 기간이 2일 이상 짧아지고 합병증 위험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노약자, 임신부, 만성질환자에게는 폐렴이나 심근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감기겠지” 하는 자가진단은 금물이다.

여전히 유효한 '일상 속 예방법'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마스크를 벗은 자유가 돌아왔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도 따른다. 독감의 확산을 막는 가장 현실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생활 속 위생 습관의 회복이다.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방패다. 실내 다중이용시설이나 병원, 학원 같은 밀폐 공간에선 KF94급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감염자가 착용하면 비말 전파 확률이 70% 이상 감소한다.

손 씻기는 과학이다. 바이러스는 금속·플라스틱 표면에서 수 시간 생존한다. 외출 후, 식사 전, 학교·학원·지하철 이용 후에는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히 씻는다.

하루 세 번 환기, 실내 공기순환 필수. 추운 겨울이라도 최소 10분씩 세 번, 창문을 열면 바이러스 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공기청정기보다 환기의 효과가 훨씬 직접적이다.

면역력은 감염 방역의 근본이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수분 섭취는 몸의 방어 체계를 세운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 점막 건조를 줄여 바이러스 흡착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은 아직 늦지 않았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면역 항체가 형성되지만, 지금이라도 맞으면 남은 두세 달 유행기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 65세 이상 노인, 12세 이하 어린이는 반드시 접종 대상이다.

학교 대신 가정이 '방역 최전선'

지금은 학교보다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학기 중이라면 학교가 방역의 중심이지만, 겨울방학의 확산 경로는 가정과 학원, 실내 놀이공간이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이 사실상 ‘가정 보건 당국’이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감염되면, 같은 식기 사용이나 밀착 접촉을 피하고, 가능한 한 방을 따로 쓰는 것이 좋다.

'일회성 방역’으로는 다음 겨울 못 막는다

독감은 매년 돌아오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응 체계의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 2026년 유행의 교훈은 “계절병이라 넘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방역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매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데이터 기반의 조기경보 시스템 강화이다. 표본감시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국 병·의원 진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집계해야 한다. 감염 확산을 예측할 수 있어야 대응도 조기에 가능하다.

다음으로, 학교·학원 환기 인프라 확충이다. 교실과 학원은 여전히 창문 환기에 의존한다. 법적 기준을 강화해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엔 환기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더불어, 예방교육의 생활화이다. 보건소, 학교, 지자체가 협력해 계절성 감염병 예방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손씻기 캠페인처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방역은 과학이 아니라, 습관에서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과학보다 빠르다. 하지만 습관은 더 오래간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사라졌던 마스크, 손 씻기, 기침 예절의 문화가 다시금 재정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은 “행정만으로는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시민의 자발적 실천이 공공 방역의 근본”이라며 “건강을 지키는 힘은 생활 속 습관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기침을 할 땐 입을 막고, 손을 씻고, 아프면 잠시 쉬는 것, 그 너무나 간단한 행동이 다시금 한 도시의 면역을 세운다. 올겨울, 바이러스보다 강한 건 여전히 사람들의 습관이다. 그 습관이야말로 다음 겨울을 지킬 유일한 백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