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M&A로 '새 판'…실적 기여까진 '험로'

김현정 기자 2026. 1. 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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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지난 7일 유암코와 손잡고 동성제약 인수…1600억원 투입
다음달 애경 인수 작업 마무리인데…'리콜 사태' 잡음으로 변수
인수 위한 자금 지출 '지속'…"당장 실적 회복 어려워"
태광산업 본사 전경./사진=태광산업

태광그룹이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이어가며 화학·섬유 중심 사업에서 뷰티·헬스케어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인수 대상 기업이 리콜 사태와 재무 부실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성제약 인수건을 의결했다. 총 투입금액은 1600억원으로, 태광산업과 유암코가 각각 800억원씩 부담한다. 이중 1400억원은 인수대금으로, 200억원은 경영정상화 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최근 코스메틱 전문법인 '실(SIL)'을 신규 설립하는 등 K뷰티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0월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지분 63.13%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태광산업은 다음달 애경산업 지분 인수에 대한 잔금을 납부하고, 인수 확정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계 사모펀드 TPG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케이조선 인수전에 참여했고, 지난해 서울 중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도 약 2542억원에 인수했다.

오랜 기간 '잠자는 공룡'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같이 M&A 광폭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그로 인한 장기적인 실적 부진이 깔려 있다.

태광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 1069억원 △2023년 2287억원 △2024년 848억원으로 급감한 후 지난해 3분기 기준 176억원 손실이 났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1045억원)부터 2024년(-271억원)까지 손실폭은 줄어들었으나 3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5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최근 석화 업계의 업황이 안좋다보니 신사업을 모색해 탈출구를 찾고자 하면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뷰티 업계 뿐 아니라 헬스케어 분야도 추진해 시너지를 냄으로써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해 7월 중장기적으로 약 1조5000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히고 관련 전담 조직도 신설한 바 있다.

다만, 인수에 나선 기업들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는 상당 부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애경산업 인수에 대한 업계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애경산업은 2080치약 리콜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애경산업의 대표 치약 제품인 '2080'에서 사용 금지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발견되면서 관련 상품을 전량 회수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다음달 중순 예정된 인수 확정을 앞두고 매각 가격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제품 리콜 조치와 당국 행정 처분이 브랜드 신뢰도와 애경산업의 실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딜클로징 관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전했다.

동성제약은 경영권 분쟁과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재무 구조 악화 등으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동성제약의 잔여 채무액은 약 900억원으로, 이번 인수 자금이 집행되면 전액 변제할 계획이다.

동성제약은 기업회생 절차 전부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에도 6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실적 부진이 오랜기간 이어져 온 만큼 정상화까지 장기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가 기대하고 있는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2상 역시 승인을 받았지만 연구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인수로 자금 수혈이 이뤄져 연구가 재개된다하더라도 제약사 특성상 신약 개발이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여러 건의 M&A를 위한 자금 조달은 태광의 체력을 감안할 때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태광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원대 수준"이라며 "부동산 등 보유한 자산이 충분한 데다 신용도 높은 상황이라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포트폴리오 확장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