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기가 한국이에요, 두바이에요?" …두쫀쿠 이야기

젠지 칼럼니스트로서 나는 두바이 초콜릿을 먹어봐야 했다. 온 세상이 두바이를 이야기하는데, 경험하지 않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2주가 시작됐다.
온라인 쇼핑몰을 새로고침했다. 품절. 새벽 6시에 일어나 앱을 열었다. 품절. 꿀팁을 검색했다. "○○시에 매물 풀린대요" "△△ 사이트 노려보세요" 다 해봤다. 역시 품절. 그러다 당근마켓을 열었다. 화면에 뜬 초콜릿 사진들, 정가 옆에 빨간 글씨로 적힌 가격. 스크롤을 내릴수록 숫자는 더 커졌다. 1만5,000원짜리가 2만5,000원. 어떤 건 3만 원.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더라. 초콜릿 하나 사려고 리셀 시장을 뒤지고 있는 내가. 웃돈을 고민하고 있는 내가. 하지만 샀다. 사야 했다. 젠지 칼럼니스트니까.

택배 상자를 뜯었을 때의 설렘이란. 두툼한 초콜릿 바, 반질반질한 표면에 비친 형광등 불빛. 포장을 벗기는 소리조차 특별하게 들렸다. 2주간의 사투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사진부터 찍었다. 일단 찍고 본다.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피스타치오 크림이 혀 위로 퍼지고, 가느다란 실 같은 게 입안에서 바스락거렸다. 카다이프. 중동식 페이스트리라는데, 식감은 영락없이 소면이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소면. 나쁘지 않았다. 맛없는 건 아니었다. 피스타치오 크림도 진했고, 초콜릿도 부드러웠다. 근데 이게 2주를 투자할 맛인가? 당근마켓을 뒤질 맛인가?
2015년 허니버터칩이 그랬다. 편의점을 세 군데 돌아다니며 찾았던 그 노란 봉지. 막상 먹어보니 달고 짰다. 2019년 흑당버블티는 어땠나. 한 시간 줄 서서 받아 든 컵, 얼음 위로 흐르는 검은 시럽. 예쁘긴 했는데 너무 달았다. 그리고 2025년, 온 세상이 두바이다. 두바이 초콜릿으로 시작해 두바이 쿠키, 두바이 크루아상, 두바이 대창, 급기야 두바이 김밥까지. '두바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뭐든 팔린다. 아니, 품절된다. 리셀된다. 우리는 10년째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젠지 세대에게 소비는 제품 구매가 아니다. "두바이 먹어봤어?"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가 없는가가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SNS 스토리에 두바이 초콜릿 사진을 올리는 순간, 우리는 '아는 사람'이 된다. '요즘 사람'이 된다. 대화에 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FOMO(Fear of Missing Out)라 불렀지만,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조금 다르다. FOBO(Fear of Being Out)에 가깝다.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는 것, 대화에 낄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그 소속감을 위해 우리는 2주를 쓰고, 새벽 6시에 일어나고, 당근마켓을 뒤진다.

흥미로운 건 이 패턴이 한국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뉴욕이나 파리에선 같은 초콜릿이 그저 디저트 진열대 한 칸을 차지할 뿐이다.
※ 이 기사는 한국일보의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은 한국일보닷컴에서 로그인 후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617160002768
■ 회차순으로 읽어보세요
- ① '외출할 때 이거 없으면 불안핑'…젠Z의 군인 같은 EDC 문화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3113410000559) - ② 6000원 '작은 사치'에 열광… 어른들의 놀이터가 된 용산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713500004195) - ③ 욕망과 현실 사이, 젠Z의 줄타기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014570000593) - ④ 갓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쩌다 노션 중독자가 되었나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014400001856) - ⑤ 말하지 않고, 기록하지도 않는 생존술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014330000991) - ⑥ 요즘 것들은 세상을 늘 멋지게 바꾼다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909100001675) - ⑦ Z세대 '야장'에 끼려면 기다려야 한다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510320003824) - ⑧ 국중박 오픈런, 굿즈와 유물 사이에서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510200000732) - ⑨ 뜨겁게 뜨겁게 안녕, 노들섬 [이소호의 어쩌다 젠Z]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51017000543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201803000070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912240004103)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51643000214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42324000051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318070002597)
이소호 시인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동혁 "단식 멈추겠다"…박근혜 요청에 단식 8일만 종료 | 한국일보
- [전문] "징역 23년" 잠시 멈춘 판사... 이진관이 울컥한 순간 | 한국일보
- 최고위원도 몰랐다… 정청래, 조국혁신당과 합당 전격 제안 | 한국일보
- '폐섬유증 투병' 유열, 가짜 사망설 돈 사연…"체중 40kg, 섬망 증세까지" | 한국일보
- '아틀라스' 너의 가치는 도대체 얼마길래…현대차 목표 주가 80만 원까지 | 한국일보
- MBC 기자 질문에 터진 웃음... "4년간 회견 질문 기회 한번도 못 얻어" | 한국일보
- 이혼 요구에 '부동산 일타강사' 남편 살해한 50대 '징역 25년' | 한국일보
- 그 많던 탑골 노인은 어디로 갔나…사람 피해 공짜 밥 따라 뿔뿔이 | 한국일보
- [단독] "개똥 치우고 야밤에 산책시켜라"… '치유' 공기업 이사장의 갑질 의혹 | 한국일보
- [단독] 이혜훈 장관 지명 직전… 아들에 27개월 치 월세 한 번에 받아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