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上] “반도체 동아리 지원으로 ‘실전형 인재’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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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늘 기술 경쟁이 화두지만, 그 기술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
대학 차원에서 반도체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단 조언이 나온다.
그러면서 "대학 교육에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바로 동아리 활동이라고 확신했다"며, "삼성전자에 근무했을 때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꼭 물어보고 거기에서 어떤 역할과 성과를 냈는지에 따라 좋은 점수를 줬던 기억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설계 동아리는 김용석, 계찬호 교수 두 사람이 공동으로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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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실무형 인재 원하지만 대학은 이론 중심 교육 한계"
"반도체 동아리 지원해 팀단위 과제수행으로 실무경험 쌓아야"
"동아리 활동을 교과목 수준으로 비중 있게 다뤄야"

이론 중심의 대학 교육과 논문 위주의 교수평가 시스템이 이공계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에선 졸업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반도체 인재를 원하는데, 학점 관리와 이론 학습에 치우친 지금의 대학 교육 체계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 차원에서 반도체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단 조언이 나온다.
담당교수 지도 아래 운영되는 반도체 동아리를 만들고, 팀 단위 과제수행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칩 설계도 진행하면서 실무와 관련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 과정에서 소통 능력과 창의성, 추진력, 타인과의 협력 등 직장생활에 필요한 업무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동아리 활동을 교과목 수준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면 교수, 학생의 참여 동기부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책에 나온 내용과 교수의 강의를 달달 외우고 시험을 치르지만, 직장생활은 어떻게 보면 오픈북이다. 지식은 AI를 잘 활용하면 더욱 쉽게 해결된다"며, "이미 AI 시대가 되면서 지식의 많음 보단, 이를 실전에서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므로 팀원들 간 소통 능력, 협력 등 사회생활 경험이 기업에 가서 실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교육에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바로 동아리 활동이라고 확신했다"며, "삼성전자에 근무했을 때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꼭 물어보고 거기에서 어떤 역할과 성과를 냈는지에 따라 좋은 점수를 줬던 기억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천대학교에 요청해 지난해 6월 반도체 설계 동아리 'G-CHIPS'를 만들었다. 같은 대학 계찬호 교수와 공동으로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학생들은 아날로그칩, 디지털칩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팀으로 나눠 과제를 수행한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칩 설계를 직접 해 보는 경험을 쌓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기업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지만, 대학에선 학생들이 웨이퍼를 실제 다뤄볼 기회조차 많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학생들의 실무 교육 강화를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떤 게 있을까
칩 설계, 공정, 패키징 전주기를 아우르는 실전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프로젝트 중심의 실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협업 경험도 얻을 수 있다. 기업은 실무경험을 갖춘 능력을 원한다. 기업 밀착형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교과목개발은 기업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수업만 잘 들어도 기업의 실무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학교 수업의 일부로 봐야 한다. 동아리 활동을 대학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 대학교수들이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아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함께 참여해 지원하고 조언해 줘야 한다. 동아리 활동을 교과목 수준으로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직 반도체 동아리를 운영하는 대학이 많이 없는 것 같다.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수평가 체제다. 교수평가는 논문 위주다 보니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실무형 교육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실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교수들이 부담을 느끼게 된다. 공대 교수들 평가만은 논문 비중을 줄이고 프로젝트, 특허 또는 동아리 지도교수 실적 등을 넣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 인턴과정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학생들은 인턴을 통해서 기업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내가 졸업 후에 활동하게 될 곳을 미리 알아보고 경험해 보면서 대학에 다니는 기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가천대는 실무교육 강화를 위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3학년 2학기때 'P-학기제(12+4)'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12주간의 압축강의와 4주간의 몰입형 프로젝트 방식이다.
Q. 가천대학교 반도체 설계 동아리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
학교와 직장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자. 학교는 이론 중심이다. 지식을 중요시한다. 교과목을 통해서 교육이 진행된다. 다루는 내용은 제한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받는 좋은 학점은 얼마나 주어진 문제를 많이 풀어 보았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직장은 성과 중심이다. 지식을 가지고 실천을 통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식은 성과를 내기 위한 많은 조건 중의 하나인 셈이다. 주어진 문제의 형태도 다양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타인의 도움도 얻어야 하고 끈기 있게 추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식 이외에 창의성, 추진력, 소통 능력, 성실성, 타인과의 협력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기업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보다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성과를 내는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보다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즉, 실천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AI가 지식 부분을 많이 도와주므로 지식 이외의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론보다는 실무경험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비판적 사고와 소통 능력으로 요약된다.
대학 교육에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바로 동아리 활동이라고 확신했다. 앞서 성균관대학교에 있을 땐 IoT(사물인터넷) 동아리인 '킹고스마트싱즈'를 만들어 지도교수로 6년 일했다. 사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목표를 주고 격려해주는 일이다.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외부 경진대회를 알아보게 하고 참여토록 독려했다. 팀구성을 하고 리더를 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내가 직접적으로 기술적인 면에서 도와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경진대회 수상이 여러 건이 이어지고, 장관상과 총장상을 받게 되면서 유명 동아리로 성장하게 됐다. 동아리 회장을 지냈던 학생이 창업을 했고, 많은 동아리원이 취업에 성공하게 됐다.
성균관대 정년퇴임 후 2024년 9월 가천대에서 더 일하게 됐다. 여기서 처음 한 일이 동아리 활동 강화를 제안하는 일이었다. 반도체 설계, AI 로봇, IoT 동아리 3개를 만들고 동아리 방을 달라고 요청했다. 동아리방이 부족한 상태여서 학교에선 창고로 쓰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동아리방을 확보해줬다. 반도체 설계 동아리는 김용석, 계찬호 교수 두 사람이 공동으로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반도체 설계 동아리 이름은 'G-CHIPS'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대외수상 실적은 없다. 학생들은 아날로그칩, 디지털칩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팀으로 나눠 과제수행을 통해서 칩 설계를 직접 해 보는 경험을 쌓도록 지도해 볼 생각이다.
Q.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실무 역량을 쌓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답을 얻는 훈련이 가능하다. 진행하고자 하는 행사나 일에 대한 자료 수집을 철저히 해서 달성 가능한 계획을 세운 다음, 전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 후 결과를 평가한다. 부족한 점은 다음 계획수립에 반영해 본다. 조그마한 조직 생활을 통해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동아리 멤버들의 의견도 청취해야 하고 때로는 반대의견을 설득할 때도 있고, 때로는 나의 의견을 버리고 남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간부를 맡아서 전체 운영 계획을 세워 보고 멤버들과 함께 실천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보면 리더십을 키울 수도 있다.
지식을 제외한 소통 능력, 추진력, 타인과의 협조 능력 등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모든 학생이 전공 공부와 같은 비중으로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 요즘 기업 면접 시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물어보게 되는데, 적극성이나 협조성, 리더십을 평가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동아리는 다양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선후배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기 의견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또 취업해서 직장을 다니는 선배를 통해 취업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사회에서 무척 중요한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지는 셈이다. 동아리 회장이나 간부를 맡게 되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전문지식과 책임감이 뒤따르게 되는 부담이 있지만 작은 조직을 운영해 본다는 너무나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미리 경험해 보고 고민해 본다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다.
Q. 중국의 AI 반도체 성장 속도가 매섭다. 중국과 한국의 인재 양성 정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며,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과 중국은 공통적으로 인재 정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자율성'과 '강제성'이다. 한국은 대학·연구소·기업에 연구비와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 기관이 자율적으로 인재를 발굴·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형이다. '만인계획'은 정부가 직접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이 배치될 연구소, 기업, 프로젝트까지 사전에 계획한다.
한국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재 정책의 명칭과 구조가 바뀌고 매 정권 비슷한 형태로 반복된다. 연속성보다는 단기성과에 집중되는 모습이 많다. 반면 중국은 장기 비전과 정권 안정성을 바탕으로 10~30년 단위의 인재 전략을 이어간다. 중국처럼 통제 기반의 인재 정책을 한국이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이는 체제의 지속성이라는 중국 특유의 환경 덕이기도 하지만, 한국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은 영재 발굴 체계도 다르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10세부터 본격적인 선발 과정이 시작된다. 중국의 영재 교육은 집중화와 전일제 운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에서 토요일에 4시간 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다. 가천대 영재교육원도 운영도 동일하다.
Q. 국내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비중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두가지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급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연봉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박사급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들어가면 약 100만달러 정도를 받는다. 우리로 얘기하면 14억원 정도를 받는 것이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하는 경우 연봉은 1억 5000만원 정도에 그친다. 어느 정도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둘째는 일하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보수도 중요하지만, 인재들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사실 아직도 연공 서열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능력이 있고 뛰어난 젊은 직원을 리더로 대우해 줘야 한다. 나이 든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빅테크인 오픈AI, 구글, 애플 이런 곳에선 가능하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과거 선배들과는 다르다.
Q. 엔지니어들이 좀 더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국의 의대 광풍을 중국처럼 이공계 대학 진학 열기로 바꿀 수 있는 묘안으로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실상 가장 시급한 것은 과학자·엔지니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인식 변화를 위해선 미디어가 큰 도움이 된다. 1999~2000년엔 카이스트 공대생·교수·대학원생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카이스트'가 좋은 사례다. 드라마 방영 이후 카이스트 진학을 꿈꾼 학생이 늘었을 정도로 과학계에 준 영향이 컸다. 영화나 만화로도 과학자, 엔지니어의 성공 사례를 다룬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좋겠다.
덧붙여서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출신들의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 이들이 청소년 대상 강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과학기술자의 장점과 매력을 전파해 과학기술에 관심과 흥미를 유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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