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9월 모평’ 일찍 해설하려고”…시험지 빼돌린 교사·강사 무더기 송치

추재훈 2026. 1. 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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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가 끝나지 않았는데 문제지와 정답지를 유포한 혐의로 교사·학원 강사가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 동안 흔히 '6평·9평'으로 불리는 수능 모의평가 등 모의고사 문제지·정답지를 사전 유출·유포한 혐의를 받습니다.

특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능 6월·9월 모의평가는 수능 시험의 바로미터로, 학업 성취도는 물론 수능 경향이 어떨지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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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가 끝나지 않았는데 문제지와 정답지를 유포한 혐의로 교사·학원 강사가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 3명과 학원 강사 43명을 송치했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 동안 흔히 '6평·9평'으로 불리는 수능 모의평가 등 모의고사 문제지·정답지를 사전 유출·유포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6년 동안 치러진 모든 수능 모의평가에서 유출이 있었습니다.

그중 고등학교 교사 1명과 학원 강사 1명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문제지·정답지가 담긴 봉투를 권한 없이 개봉한 공무상비밀봉함개봉 혐의도 받습니다.

수능 모의평가 문제는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 시험 시간 기준으로 매 교시가 끝날 때 공개됩니다.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은 비장애 수험생보다 매 교시 시험시간이 1.7배 더 깁니다. 비장애 수험생의 시험이 끝나도 문제 공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는 셈입니다.

고등교육법은 문제 공개 전에 시험문제를 유출·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2,600명 있는 '카톡방'에서 버젓이…위법 알면서도 유출·유포

경찰은 지난해 6월 서울특별시교육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문제가 유출·유포되고 있다는 카톡방을 직접 분석해 최초 유출자 2명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 유포자를 발견했습니다.

천 명 단위로 사람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불법 문제 유출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자료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그중엔 '시험지가 이렇게 유출되어도 되느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피의자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고2 6모 수학 있는 분 계신가'라며, 먼저 유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며 인사를 주고받다가, 대수롭지 않게 문제지를 부탁하는 대화도 있었습니다.

■ 유출 시험지·정답지, 응시생에게 전해지진 않아…그럼 왜?

경찰은 유출된 시험지와 정답지가 시험 응시생에게 제공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시험지를 유출하거나 유포한 사람들 사이에 금전 거래가 이뤄진 정황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교사와 강사 사이에 무분별한 유출·유포 행위가 이뤄진 건, 학원 강사들의 '모의고사 해설 강의 준비'를 위해서였습니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고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전국 기준으로 자신의 학업 성취도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특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능 6월·9월 모의평가는 수능 시험의 바로미터로, 학업 성취도는 물론 수능 경향이 어떨지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학원 강사들은 이 같은 모의고사 해설 강의에 큰 공을 들입니다. 포화된 사교육 시장에서 경쟁 학원보다 더 빨리 시험지를 입수해 분석하고 강의를 준비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길게 보면 이익 추구를 위해, 위법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유출·유포를 요청하거나 가담한 겁니다.

해설지가 제공되지 않는 평가원 6월·9월 모의평가에 대해선 경쟁이 더 치열했습니다. 일부 강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로 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유출·유포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학원이나 강사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사들은, 모의고사가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평가원이 제작한 '실시 요강'에는 "문답지 봉투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전에 개봉할 수 없다",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 시험 종료 전에 수험생에게 문제와 관련한 사항을 강의하거나 문항 분석 자료, 문제 해설집, 성적 분석 자료 등을 제작하거나 제공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학교·학원, 시험지·정답지 관리 방법 알지도 못해…제도개선 필요"

수능 모의평가 문제지 유출 사건은 2012년 경기 안양, 2022년 부산에서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그럼에도 시험의 관리·감독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업계 종사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여전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지·정답지·해설지 관리, 공개 시점 등이 실시 요강에 명시됐지만 그에 따라 관리되지 않았고, 학교의 시험 관리 책임자나 학원에 파견된 감독관이 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며, 행정제재 방안이 없는 등의 문제에 대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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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훈 기자 (mr.ch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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