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유턴’ 시그널 띄운 이재명…“이념전쟁 안돼, 필요하면 신설검토”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6. 1. 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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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70%·리얼미터 62% 찬성
李 “원전 안전성 포함해 검토”
용지 선정 미뤄져 손실 지적도
“계속운전 허가도 서둘러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7명이 신규 원자력발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력 정책 로드맵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명시돼 있는 대로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공론화를 거쳐 신규 원전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제11차 전기본상 신규 원전 계획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규 원전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이 32.5%, ‘가급적 추진돼야 한다’는 37%로 응답자 중 69.5%가 신규 원전 건설에 동의했다. 또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두 응답을 합해 61.9%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정부 의뢰를 받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각각 성인 1519명(전화), 1505명(ARS)을 상대로 실시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1%포인트(한국갤럽)와 ±2.53%포인트(리얼미터)다.

정부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면서도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 계획도 이미 확정됐다”면서 “정책 안정성·지속성 측면에서도 뭔가를 결정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마구 뒤집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경제 주체들의 경영 판단이나 미래 예측에 장애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기본계획에 넣어뒀고 국제적으로 보면 원전 수출이 중요한 과제이지 않냐”며 “원전 시장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그런 점들도 객관적으로 고려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확정된 계획을 재검토해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시간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용지 선정이 끝났어야 하는데, 다시 용지 선정 공고를 하면 신규 원전 건설 절차가 최대 1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며 “몇 가지 점에서는 분명히 경제적 손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 원전 용지 선정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되면서 전력 비용 부담이 약 1조원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원자력발전 단가는 당 66.1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135.7원보다 약 70원 낮다. 1GW급 신규 대형 원전 2기의 상업운전이 1년 지연되고, 이를 LNG 발전으로 대체했다고 가정하되 이용률을 80%로 적용하면, 추가로 발생하는 발전비용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기후부는 신규 원전 건설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이날 “두 차례에 걸친 정책토론회 결과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신규 원전 추진 방안 등에 대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원전 용지를 선정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부지선정위원회는 지난해 3월 출범한 상태다. 2025년 초 11차 전기본이 확정된 데 따른 절차다. 이들은 작년 7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내기 직전까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8월부터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론화 결과를 토대로 원전 계속운전 허가에 속도를 내고 신규 원전 건설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전환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8.2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17TWh, 2038년 30T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 역시 AI·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려면 전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낮에는 발전이 되고 바람 불 때는 발전이 되는데 다른 때에는 안 되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손 교수는 이에 “계속운전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데, 현재 10년인 계속운전 단위를 20년으로 늘려야 한다”며 “다른 국가는 80년씩 원전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40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다고 하면 추후에도 신규 원전 추가 물량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원전과 같은 안정적 기저 전원은 꼭 필요하고, 저렴한 전기요금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부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장을 예고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발전원 1위는 재생에너지(48.9%)로, 원자력(38%)을 앞섰다. 확대 필요 이유로는 ‘친환경’이 32.4%를 차지해 1위, ‘미래세대’가 25.6%를 차지해 2위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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