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강한 국방은 소리치지 않는다!

2026. 1.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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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위산업 표현
공격 대신 방어·책임 언어로
이기진 건양대학교 국방로봇웨어러블센터장

요즘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둘러싼 담론을 들으면 세계 10위권 경제국이자 성숙한 민주국가로 성장한 나라의 언어라기보다는 여전히 군사력을 과시해야 하는 개발도상국의 언어에 가깝게 들릴 때가 있다. '방산은 미래 먹거리', '방산수출 4대 강국', '드론 공방전', '50만 드론전사 양성'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이 표현들은 국내 정치와 예산 확보, 산업 진흥 차원에서는 즉각적인 동원 효과를 내지만, 국제사회와 외교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국가는 말로 자신을 규정한다. 특히 군사와 무기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언어의 선택이 국가의 성격을 규정한다. 같은 능력과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그것을 '억제'라고 말하느냐 '공격'이라고 말하느냐에 따라 그 국가는 안정 제공자가 될 수도, 불안 유발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사용하고 있는 방산 관련 언어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군사국가'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소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드론 공방전'이라는 표현은 기술적으로는 드론을 활용한 교전 개념을 의미할 수 있지만 외신이나 외교 문서로 번역될 경우 '한국이 대규모 드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50만 드론전사' 역시 국내적으로는 인력 양성의 의지를 강조하는 표현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대규모 공격용 드론 병력을 조직하는 국가'로 읽힐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쌓아온 '방어적 군사력'과 '책임 있는 중견국'의 이미지를 불필요하게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방산은 미래 먹거리'라는 표현이다. 이 문장은 정책 슬로건으로는 직관적일지 모르나, 외교적 언어로는 매우 위험하다. 이는 곧 "한국은 무기와 전쟁을 통해 성장하려는 나라"라는 프레임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쟁의 피해를 가장 깊이 경험한 나라 중 하나이며, 국제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국가로 스스로를 정의해 왔다. 그런 나라가 방산을 '먹거리'로 표현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도덕적 정당성과 외교적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방산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산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힘을 어떻게 책임 있게 설명하느냐이다.

첫째, '공격 언어'를 '방어·책임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전사'라는 표현 대신 '전문인력'이나 '운용요원'을 쓰고, '공방전' 대신 '통합대응'이나 '다층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드론 공방전'은 '무인체계 기반 다층방어작전'으로, '50만 드론전사'는 '50만 무인체계 운용 전문인력'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

둘째, 방산을 '경제 논리'가 아닌 '안보 공공재'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라는 표현 대신 '국가안보 기반 첨단산업', '동맹과 국제질서에 기여하는 전략산업'과 같은 표현이 훨씬 적절하다. 이는 방산의 산업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보다 성숙한 국가의 언어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 차원의 '국방·방산 언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방산기업, 연구기관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식 표현 체계를 정리해 외교적·국제적 리스크가 있는 용어를 사전에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검열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보호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넷째, 드론·AI·로봇 분야에서는 '윤리와 통제' 프레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율살상'이나 '공격'이 아니라 '인간 통제 기반', '위협 대응', '위험 대체'라는 언어를 일관되게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기술 선진국이면서도 책임 있는 안보국가로 인식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방산 수출국을 넘어 국제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가 됐다. 그에 걸맞은 언어가 필요하다. 강한 국방은 더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조용하고 절제된 언어로 신뢰를 쌓을 때 완성된다. 무기보다 말이 먼저다. 그리고 그 말이 바뀔 때 대한민국의 국격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다. 이기진 건양대학교 국방로봇웨어러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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