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 표준 없이 상업화·임상 활용 불가능”…국제표준 주도 나선 한국
프로토콜 아닌 엔드포인트…오가노이드 표준화의 핵심은 품질 기준
2027년 국제기준 선점 경쟁 본격화…한국, 오가노이드 표준 주도권 시험대

안선주 성균관대학교 생명물리학과 교수는 21일 열린 인하대병원 전임상센터 심포지엄에서 오가노이드 표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안 교수는 "5년 전만 해도 오가노이드 표준이 필요하다고 하면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기술·규제·산업 모든 측면에서 표준화가 불가피한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동물실험의 과학적·윤리적 한계를 지적하며, 글로벌 규제 환경이 이미 대체시험법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쥐나 영장류 모델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더라도, 인간에게 적용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며 "이러한 한계가 결국 오가노이드, 오간온어칩, 컴퓨터 모델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FDA는 'FDA Modernization Act 2.0'을 통해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삭제했고, NIH 역시 동물실험만 단독으로 수행하는 연구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EU 역시 화장품 분야를 시작으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도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 제정'이 동물복지분야 국정과제로 들어갔으며,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지난해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안 교수는 "기술의 문뿐 아니라 규제의 문도 동시에 열렸다"며 "인체 유래 세포, PSC 기반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질병 모델링, 독성·안전성 평가, 나아가 정밀의료와 대체의료까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로토콜 달라도 엔드포인트는 같아야"...표준의 핵심은 '품질 평가'
안 교수는 오가노이드 표준화의 핵심을 제작 방식이 아닌 '엔드포인트 기반 품질 평가'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 FDA 역시 어떤 프로토콜을 쓰느냐보다, 최종 결과물이 해당 장기 오가노이드로서 타당한 세포 구성과 기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일한 '장 오가노이드'라 하더라도 형태, 내강 구조, 성숙도는 제각각이며, 어떤 기준으로 '고품질'을 판단할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안 교수는 "기능, 성숙도 등을 아우르는 최소한의 요구 기준이 필요하다"며 "이 기준이 없으면 재현성과 신뢰성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안 교수 연구팀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부터 오가노이드 국제표준화에 본격 착수했다. 당시 ISO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위원회(TC276) 내에는 오가노이드 전용 표준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안 교수는 "국내 가이드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표준을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성균관대·식약처·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지침을 만들었다"며 "장, 간, 신장, 심장, 뇌, 폐, 피부 등 주요 장기 오가노이드의 제작 가이드라인과 품질평가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국제표준은 먼저 제안한 국가가 주도권을 갖는다"며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국제 규격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다만 독성 평가 분야에서는 ISO와 OECD 간 역할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안 교수는 "독성시험은 OECD 테스트 가이드라인과 완전히 중복되기 때문에, ISO 표준으로 추진할 경우 OECD에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이 부분은 전략적 분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표준화가 연구자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장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현성이 떨어지거나 정량 지표가 기준에 미달할 때 연구자가 느끼는 유혹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명확한 표준과 품질 지표는 연구자의 윤리적 부담을 줄이고,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로봇, 이미지 정량화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어 제조 공정 표준화도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며 "누가,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국제표준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한국이 이 분야에서 충분히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국제무대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 표준, 2027년까지 핵심 국제기준 도출...한국, 주도권 경쟁 한복판"

진호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책임연구원은 "ISO 생명공학 기술위원회(TC 276)를 중심으로 오가노이드 표준화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며, 향후 2~3년이 국제 기준 선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ISO/TC 276은 2013년 신설된 이후 바이오 산업 전반의 국제표준을 관할해 왔으며, 현재 유럽·미국·중국·일본 등 6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기술표준원을 통해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표준 제안과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그는 "TC 276은 생물자원은행, 세포 및 생물공정, 데이터 처리·통합, 핵산·단백질 기반 장치 등 5개 워킹그룹과 2개 소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 중 오가노이드, 오가노칩, 마이크로피지올로지컬 시스템은 소위의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책임연구원은 2024년 6월 열린 ISO/TC 276 총회를 기점으로 오가노이드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한국·미국·중국·일본이 동시에 오가노이드 관련 표준안을 제안하면서 경쟁이 격화됐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특별조정그룹이 신설됐다.
특히 유럽 표준화기구 의장이 직접 참석해 오가노칩·MPS 국제 표준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6년 전용 SC 설립을 제안한 점도 상징적 장면으로 꼽았다. 이후 오가노이드 전담 워킹그룹은 2025년 공식 출범했다.
워킹그룹의 단기 목표는 2027년까지 ▲용어 정의 ▲품질 기준 ▲운영·활용 가이드라인 등 2~3개의 핵심 표준을 발간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OECD 등 규제기관에서 오가노이드 데이터 활용을 인정받고, 신약 개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 제안 표준, 다수 채택...중국과는 다른 전략 필요"
현재 오가노이드 관련 ISO 표준안은 총 5건이며, 이 중 다수가 한국 연구진이 제안한 안이다. 이들 표준은 단일 문서가 아니라 ISO 24302 시리즈(오가노이드 제작·품질 평가)와 ISO 25630 시리즈(오가노이드 생물자원)로 체계화돼 개발되고 있다.
진 책임연구원은 "ISO/TC 276에서 가장 많은 표준을 제정한 국가는 중국"이라며 "중국은 압도적인 인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표준 수를 늘리고 있지만, 기술 완성도와 연구 깊이 측면에서는 한국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국내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전했다. "국제표준 논의에는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 참여가 결정적"이라며 "중국은 기업이 표준 논의에 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구조인데, 우리는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다 보니 기업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가노이드가 시험·평가 도구를 넘어 치료 목적까지 확장될 가능성과 관련해, 표준 전략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진 책임연구원은 "현재 ISO 차원에서는 용도별로 명확히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는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준안을 제안한 초기 단계"라며 "향후 기술 성숙도에 따라 시험·평가용 오가노이드와 치료 목적 오가노이드는 다른 TC나 규제 프레임으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진 연구원은 "오가노이드 표준은 연구의 신뢰성과 산업화, 인허가 체계를 동시에 좌우하는 기반 인프라"라며 "국내 연구자와 기업이 국제표준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국이 규칙을 만드는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