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똥 치우고 야밤에 산책시켜라"… '치유' 공기업 이사장의 갑질 의혹

송주용 2026. 1.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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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해양치유공단 직장 내 괴롭힘 의혹
피·가해자 한공간서 자살 예방 교육 주장도
임금체불·근로계약서 부실 작성 적발
직원 40명 중 13명 퇴사… "철저한 조사 필요"
이채빈(왼쪽 사진 오른쪽) 완도해양치유공단 이사장과 공단 직원들이 야간에 강아지 산책을 나간 모습과 직원들이 밥을 주고 똥을 치우며 찍은 강아지(오른쪽) 모습. 사진=완도해양치유공단 직원 A씨 제공
"이사장이 데려온 강아지 똥을 치우는 것은 물론이고 밤늦도록 산책까지 시켜야 했어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준다는 공기업에서 갑질과 괴롭힘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완도해양치유관리공단 갑질 피해자 A씨

전남 완도군이 운영하는 완도해양치유관리공단에서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공단을 이끄는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강아지 똥을 치우도록 지시했고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불거졌다.


"공단 이사장, 개 똥 치우게 하고 위법 지시"

완도해양치유공단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현황과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 그래픽=박종범 기자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은 이채빈 완도해양치유공단 이사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완도해양치유공단은 2024년 7월 출범한 국내 첫 해양치유 전문 공기업이다. 완도해양치유센터와 기후치유센터, 문화치유센터, 완도타워 등을 관리하고 해수, 해조류, 갯벌 등 여러 해양 자원을 활용해 시민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정작 이곳 직원들은 이사장의 갑질 탓에 상처만 입었다. 노동청이 인정한 괴롭힘을 보면 우선 이 이사장은 직원들이 사는 관사에서 오랜 기간 유기견을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직원들은 퇴근 후에도 강아지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다. 공단 직원 A씨는 "2024년 6월 무렵 이사장이 관사에 강아지와 개집, 먹이를 가져오더니 개 밥을 챙겨주고 똥을 치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산책을 시키도록 지시해 동료들과 함께 나가야 했다"며 "새벽에 개가 짖으면 내려가 조용히 시키는 일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손을 물려 다친 일도 있다. 갑질 피해를 당한 직원만 5명"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사장은 공식 출장을 갈 때도 동행하는 직원 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가도록 했다. 노동청은 "공식 출장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며 이 또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실무자에게 법을 어기도록 지시한 일도 있었다. 완도해양치유공단 내 주차장을 시민에게 개방해야 했음에도 실무자에게 개방을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노동청은 결과 통보문에서 "주차장 개방을 막은 지시는 위법으로 판단된다"며 "최소한 2024년 7월부터 12월까지 (부당한 지시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괴롭힘 가해자와 자살 예방 교육 강요"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위치한 완도해양치유센터. 완도군 제공

직장 내 괴롭힘이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A씨는 "내가 공단의 임금체불 등 내부 문제를 공론화하자 한 간부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를 비난하고 유언비어까지 퍼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부고발자로 찍힌 이후로 조직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가해자와 분리 조치는 없었다"며 "오히려 제가 인사담당자를 괴롭혔다는 소문이 났고, 가해자로 지목한 상사와 한 공간에서 장시간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직장에서 감정이 폭발했고 구급차가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 A씨는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고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완도해양치유공단 노무 방식의 총체적 부실도 드러났다. 노동청은 지난해 5월 벌인 특별 근로감독에서 공단 측에 시정지시를 16개나 내렸다. 일반직 및 공무직 직원 33명 전원의 근로계약서에 근로일을 명확히 적지 않았고 직원의 연장근로 수당, 연차미사용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특히 휴일근로수당은 1,500만 원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들은 "개관 초기 일이 많아 휴일근무를 많이 했는데 근무신청을 반려해 일만 하고 수당은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지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공단의 총정원은 40명(임원 1명, 일반직 13명, 공무직 26명)이다. 하지만 2024년부터 이달까지 정원의 32.5%에 달하는 13명이 퇴사했다. A씨는 "국내 최초 해양치유센터에서 발생한 갑질과 괴롭힘으로 직원들은 직장을 떠나야 했다"며 "공단 관리 책임자인 완도군과 노동청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장 "강아지 돌 본 건 직원이 자발적으로 한 일"

다만 이사장은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 이사장은 본보 통화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관사에 9일 정도 임시 보호조치 했고 강아지를 돌 본 것은 희망하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했을 뿐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강아지 산책 증거로 제시된 사진은 직원들과 우연히 만나 촬영된 사진"이라며 "반려견을 데려간 출장도 공식 출장은 아니었다. 서울에 사는 지인이 출장지로 내려와 강아지를 돌봐주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주차장 미개방 지시에 대해선 "주차장 위치상 자동차가 들어차면 치유센터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인근에 100대 규모 주차장을 대신 운영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적발된 1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선 모두 시정조치를 끝냈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 간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라며 "회사에 불만이 큰 직원들의 일방적 주장이다. 오히려 한 직원이 나에게 고성을 지르고 위협을 가해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은 "근로감독관 지시로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설명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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