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기후변화 시대의 국제정치
트럼프, 그린란드 강제병합 시도 충격
러·加, 향후 북부 개발 통해 수혜 예상
北 체제 내구성 강화 가능성도 주목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수강했던 동양철학 강사가 던진 말에 코웃음 쳤다.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 운동 분위기에서도 “인간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오만한 사고를 갖는 한 지구를 살릴 수는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물적 조건에 기반한 존재이면서도 역사 발전의 주체인 인간의 위대함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불쾌했다. 30여년 지난 지금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간이 사라져도 환경은 남는다”라던 진지한 고민을 얼핏 이해하게 되면서 당시 반발이 청소(靑少)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우연히 만나면 사과하고 싶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은 기후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국제정치의 충격을 보여준다. 온난화로 만년 빙하가 녹으면서 ‘세계 최대 섬’의 전략적, 산업경제적 가치가 급상승했다. 북극 항로 요충, 미사일·우주기지 거점, 희토류 등 광물자원 보고(寶庫)로서의 지정학, 지경학(地經學)적 중요성이 대서양 동맹이 안중에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다. 이제까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정치는 파리협정처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 위주였다면, 앞으론 기후변화의 ‘과실(果實)’을 획득하려는 시도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적응해야 한다.
국제정치 관점에서 온난화 시기 북극 주변과 함께 주목할 나라로 러시아, 캐나다가 꼽힌다. 러시아는 자원 개발, 식량 증산, 인구 증가 면에서 온난화의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다. 캐나다도 북부로 자원 개발과 식량 생산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장차 미국이나 인도는 폭염에 따른 이동에 인구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다 고국 미국으로 돌아간 225만 구독자 유튜버 ‘올리버쌤’이 8년 만에 미국 생활 포기를 고민 중이라면서 밝힌 이유 중에는 세금·교육·의료 문제와 함께 여름철 40도를 넘는 텍사스 폭염이 있다. 북아프리카 나라는 가뭄에, 남태평양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에 절멸 위기다.
기후변화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래 지금도 만성적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으로 농경지 부족, 인프라·기술 낙후, 노동 동기 결여, 대북 제재 등이 거론된다. 온난화로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은 위험 요소나, 농경지가 북상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통상의 위기론과는 달리 북한 체제 내구성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청중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4년 ‘솔로 침묵’ 깬 ‘무적’ 심권호…간암 극복 끝에 털어놓은 뭉클한 꿈
- “걱정 마요”…박보검·송중기·김혜수, 촬영장에서 드러난 진짜 인성
- 교통사고 3번, 부서진 커리어…조용원이 선택한 가장 완벽한 ‘퇴근’
- "계좌 불러라" 폐업날 걸려온 전화...양치승 울린 박하나의 '묻지마 송금'
- “종이컵 핫커피, 15분 지나면 마시지 마세요”…혈관 파고드는 ‘70만 개 플라스틱’의 정체 [라
- "62세 맞아? 여전히 컴퓨터 미인"…황신혜의 아침 식단은 '요거트와 친구들' [라이프+]
- "초콜릿보다 짜릿"…억만장자 잭 도시의 ‘얼음물’ 루틴이 과학적인 이유
- "바질 비켜!”…알고 보니 달래는 파스타 재료였던 건에 관하여 [FOOD+]
- 이재용 32조 탈환 이끈 'AI 반도체'…골프장은 왜 삼성이 압도적 1위일까?
- "클리너 부어도 소용없다"…세탁기 속 '곰팡이 요새' 스파이더를 아십니까?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