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주의 귀환, 캡틴·토르도 가세…마블 팬 돌아올까
- ‘엔드게임’ 이후 실패 거듭 마블
- 12월 개봉작 로다주 악역 발탁
- 추억 속 인기 캐릭터 컴백 예고
- “과거 의존 창의성 후퇴” 지적 속
- 마블 유니버스 기사회생 촉각
분명, 박수칠 때 떠났었다. 10년간 함께 한 관객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을 끝으로 퇴장한 마블 개국 공신들 이야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아이언맨’은 장렬한 희생으로 관객을 울리며 떠났고, 크리스 에반스가 분한 ‘캡틴 아메리카’는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시간 속으로 퇴장했다. 그것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문제는 ‘이별 후유증’이 예상외로 너무나 컸다는 점이다. 개국 공신들의 퇴장으로 10년을 마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는 세대교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새로운 얼굴로 채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2021)가 흥행과 비평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 ‘앤트맨과 와스프:퀀텀 매니아(2023)’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3‘(2023)가 마블의 생명력을 잠시 심폐소생시키긴 했지만, ‘더 마블스’(2023)가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마블 위기감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연이은 헛발질과 헛발질과 헛발질. 그렇게 마블의 존재감은 쪼그라들었고, 언제부터인가는 ‘마블의 위기’를 거론하는 것조차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했던가. 마블에 대한 관심 자체가 쏙 들어간 상황이 온 것이다.
그랬던 마블이 신년 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팬들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진앙은 2026년 12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다. 개봉이 아직 1년 가까이 남았지만, 마블은 크리스 에반스의 귀환을 알린 깜짝 예고편을 시작으로 ‘토르’ ‘엑스맨’ ‘와칸다 & 판타스틱 4’까지 과거의 히트 메이커들을 원기옥 모으듯 불러 모아 매주 한 편씩 예고편을 공개하며 관심의 불을 지피고 있다. 마블 예고편을 보고 두근거린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엄청나고 시끌벅적한 동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이벤트의 시작은 지난 2024년 7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코믹콘’ 행사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판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마블로 복귀한다는 소식도 놀라웠지만, 팬들을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그가 아이언맨이 아니라 빌런 ‘닥터 둠’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이었다. 아이언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배우가 빌런 닥터 둠으로? 그러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어렵게 다시 캐스팅한 마블이 자신들 최고 인기 캐릭터를 그냥 둘 리는 없다. 아이언맨과 닥터 둠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찾아서 써먹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의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어벤져스: 둠스데이’엔 아이언맨과 지금까지 예고편에 공개된 인물들 외에도 ‘앤트맨’ 폴 러드, ‘샹치’ 시무 리우, ‘로키’ 톰 히들스턴, ‘윈터 솔져’ 세바스찬 스탠, ‘블랙 위도우’ 플로렌스 퓨도 등장한다. ‘엑스맨’과 ‘판타스틱4’ 캐릭터 판권을 가지고 있던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더욱 막강해진 지식재산권(IP)을 어떻게 사용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터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이렇게 많은 인물이 나오는 게 단점이 되는 건 아니냐고? 그 우려를 지우는 건 연출자 루소 형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공동 연출한 감독들로 이들은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떼로 데려다가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무게감을 실어주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바 있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 박수 칠 때 떠났던 캐릭터들이다. 가만히 두면 평생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이면 어쩌나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마블의 이번 선택은 과거의 영광에 기댄다는 점에서 그들의 창의성 후퇴를 드러내기에 뼈아프기도 하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글로벌 대스타로 만들고, 한때 대중문화를 주도하던 이들이기에 실망스럽게 다가오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는, 절박함 말이다. 그 절박함으로 마블은 다시 기사회생할까.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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