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의 인서트] 짐 자무시가 생각하는 가족이란…당신의 가족은 어떠신가요?
‘가족’은 인류 창작물에 있어 유구한, 또 영원한 소재다. 따뜻하고 밝은 공동체로서의 긍정적인 면부터, 서로의 삶을 파괴하고 고통을 주는 부정적인 면까지. 수많은 형태의 가족이 그간 매체나 예술 작품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지만 인류는 여전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복잡한 관계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인디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짐 자무시가 6년 만에 선보인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2025)는 ‘가족’을 주제로 한 3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그는 이미 ‘미스테리 트레인’(1989) ‘지상의 밤’(1991) 등 수차례 옴니버스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옴니버스 영화는 대체로 그 정의(각 에피소드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주제나 배경만 공유한다는)에 충실하지만, 황량한 도시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듯한 이방인의 감각과 독특한 유머라는 감독 특유의 정서가 유지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커리어 후반부를 보내고 있는 짐 자무시가 ‘가족’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그간 그의 작품 속 가족은 생략되거나 간접적으로만 다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물의 내밀한 관계를 작품의 중심에 두지 않던 감독이 가장 복합적이고 어려운 관계일 수 있는 가족을 다룬다는 것이 흥미롭다. 늘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때에는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오묘한 존재를 짐 자머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영화는 제목 그대로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파더(아버지)’ ‘마더(어머니)’ ‘시스터, 브라더(남매)’. 주변인도 나오긴 하지만 해당 에피소드는 키워드에 해당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룬다. ‘파더’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이혼한 아버지를 찾는 어색한 사이의 두 남매의 이야기, ‘마더’는 가까운 거리에 살지만 1년에 한 번만 만나는 엄마와 두 딸의 이야기, ‘시스터, 브라더’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유품을 보며 추억을 돌이켜보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흔히 가족 드라마를 떠올릴 때 특정 사건을 통해 벌어지는 인물 간 갈등을 기대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일상적 이야기를 그저 관찰함으로써, 가족이라는 존재를 관객 스스로 통찰하게 만든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기에 비밀도, 숨기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 그 아이러니한 관계 속에는 유머도, 허망함도, 진한 그리움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분명해지는 건 가족이란 결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마치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의 가족은 어떠신가요?’
무거운 질문만 던질 것 같지만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소소한 재미도 많은 영화다. 영화는 줄거리 진행과 전혀 상관없는 세세한 디테일로 3개의 에피소드를 느슨하게 연결한다. 이 때문에 모든 에피소드에 반복해 등장하는 요소를 찾아보거나, 작품을 여러 번 감상하면 눈치챌 수 있는, 숨겨둔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짐 자무시의 팬이라면 그가 자주 사용하는 연출의 반복과 변주를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렇게 소소한 디테일을 찾다 보면 무심하게 찍은 듯 보이는 이 작품이 얼마나 정교하게 연출되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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