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4년 더? 시대착오적 유통규제 이제 없애야

조민희 기자 2026. 1.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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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폭발한 쿠팡 논란이 꺼지지 않는다. 관련 논란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중 하나가 유통업계에서 사실상 ‘독주체제’ 문제다. 쿠팡은 국적은 미국, 사업권은 한국에라는 독특한 체제를 바탕으로 각종 규제 사각지대에서 덩치를 키웠다. 로켓배송, OTT 끼워팔기 등을 내세운 쿠팡은 한때 우위에 있던 온라인 유통업체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을 다 잡아버렸다. 급기야 2023년에는 쿠팡의 연간 매출액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을 앞섰다.

이와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매장 강자였던 대형마트 3사를 비롯해 지역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동네슈퍼 등은 한없이 시들어갔다. 대형마트 3사의 연간 합산 매출액을 보면 2020년 27조3000억 원대, 2023년 28조3400억 원대, 2023년 28조6200억 원대로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소 추세로 봐야 할 정도다. 외형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출점 경쟁’이라는 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폐점에 경쟁적으로 집중한 지 오래다. 2019년 기준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점포 수는 423곳에 달했으나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지난해 기준 392곳에 그친다. 현재 기업회생 절차 중인 홈플러스가 지난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서 향후 6년간 41개 점포를 폐점하겠다고 밝혀 점포 축소추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각 지역에 근거를 둔 대형마트업체까지 합치면 감소세는 더욱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의 고사 위기로 일자리 창출이나 협력·납품업체, 사회 공헌활동 등 연계된 지역 경제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지역 대형마트업체들은 지역에서 농수축산물 등 물량을 수급하고 이를 유통시키 위해 지역 물류업체를 활용한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대형마트 3사의 직원은 6만3000명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기준 5만여 명으로 약 20% 감소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이제 온라인 유통이 대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은 건 2012년 1월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은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입법이 추진됐으며 현재까지도 의무 휴업일 월 2회, 영업제한시간 자정에서 오전 10시로 대형마트를 규제한다.

그러면 그 사이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은 살아났을까. 역설적이게도 14년의 시간 전통시장 수와 골목상권 역시 줄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6년 1530여 개에 달하던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25년 1390여 개로 추산된다. 1개 시장 안에 있는 상점 수까지 치면 감소세가 더욱 가속화됐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불편과 선택지 감소는 소외된 지 오래다.

결국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온라인 유통, 그중에서도 쿠팡만 급성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유통산업발전법 입법 당시 대형마트 24시간 영업 규제로 배송시간마저 제한됐다. 지역 대형마트업계는 쿠팡 등 온라인 업체에 맞서 새벽배송 등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고 싶어도 이제는 따라갈 수 있는 여력조차 없다며 하소연한다. 자본주의 가장 기본 원칙은 자율경쟁이다.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업계 혁신과 효율성 향상을 유도하고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 합리적 가격 등을 취한다. 유달리 대형마트에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적용된다는 점은 여러 모로 시대착오적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난해 11월 만료를 앞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2029년 11월 23일까지 일몰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이 없는 한 18년이나 유지되게 됐다. 이 법의 효용성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연장한 근거가 뭔가. 당위성만, 이론만 갖고는 시장 질서를 세울 수도,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도 없다. “소비자가 밖으로 나와야 시장을 가든, 마트를 가든 할 수 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조민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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