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축소하곤 “미국의 관대함 알리자”···미 국무부 아프리카국 지침 논란

미국 국무부에서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원조 삭감으로 아프리카 각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자국의 인도적 지원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닉 체커 신임 미 국무부 아프리카국장이 최근 내부 e메일을 통해 아프리카 정부에 미국의 인도적 지원 성과를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e메일에는 “미국 국민들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확산을 막거나 기근을 완화하는 데 보여준 관대함을 상기시키는 것은 결코 무례한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최대 원조 공여국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우리의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또 아프리카를 “핵심이 아닌 주변부 무대”로 규정하며 “아프리카를 전략적 대상으로 규정해 온 것은 그동안 냉정한 국익이 아닌 도덕적 책무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취임한 체커 국장은 지난해 11월 신임 국장에 임명됐다. 미 중앙정보국에서 10년 넘게 분쟁 분석관으로 근무한 그는 외교관 출신이 맡아온 이 보직에 이례적으로 발탁됐다.
미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삭감한 상황에서 체커 국장의 지침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20년간 근무한 전직 외교관은 “모욕적이며 노골적인 인종차별”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반부패 비정부기구 데클렙토그라시 프로젝트의 대표인 크리스토퍼 해리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조 삭감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필수 의약품 확보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체커 국장의 발언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대외원조 전담기구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 예산의 약 80%를 삭감했다. HIV·AIDS 치료 등을 미국 지원에 의존해 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위기에 처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센터는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최대 400만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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