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주택시장, 왜 구조적 위기에 빠졌나 (중)]인구 주는데 아파트만 ‘펑펑’…광주·전남 부동산 시장 위기 ‘심화’
지난해 11월 미분양 아파트 4천 호
미분양 늪에 지역 건설사 136곳 도산
보증사고 사업장 경공매 유찰 반복도
대단지 ‘10년 임대’ 카드 고육 지책

광주·전남 부동산 시장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가 '10년 임대' 카드를 꺼내며 임차인 모집에 매달리고, 법정관리 사업장은 헐값에 매물을 내놔도 외면받고 있다.
경공매로 넘어가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장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사 '현장 붕괴' 현실화…PF 경공매 여전
전국의 경공매 사업장은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광주·전남은 오히려 부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공매란 경매와 공매를 합쳐 부르는 말로, 부실화된 부동산이 강제 처분되는 절차를 뜻한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광주·전남의 경공매 PF 사업장은 총 24곳으로, 같은 해 1월(20곳) 대비 16% 증가했다. 전국에서 경공매PF 사업장이 정점 대비 약 36% 급감하며 안정세를 찾는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지역 PF 위기가 심화하는 근본 원인으로는 인구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부동산 과잉 공급'이 꼽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광주 인구는 지난해 12월 139만 명을 기록하며 140만 벽이 무너졌고, 전남 역시 177만 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공급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광주시 계획상 2030년까지 총 7만 4천여 세대가 쏟아질 예정이다. 특히 2029년에는 2만 3천여 세대의 입주가 몰려 수급 불균형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수급 엇박자는 미분양 적체와 건설사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KOSIS 통계상으론 지난해 11월 광주·전남의 미분양 물량은 4천 호를 넘어섰고, 최근 2년(2023~2024년) 건설산업종합정보망 기준 지역 건설사 136곳이 간판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량의 정교한 관리와 수요창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PF 사업은 향후 발생할 개발 이익을 담보로 대출받는 구조인데, 현재 광주는 주택 공급이 과잉된 탓에 분양률이 저조하고 수익성마저 불투명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주택 공급 속도를 수요에 맞춰 적절히 조절하는 관리 역량이 절실하며, 이와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설립이나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와 같은 기업 투자를 끌어내 실질적인 부동산 수요를 진작시키는 중장기적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생 신청 건설사 사업장 '헐값'에도 안 팔려
더 큰 문제는 공사가 중단된 법정관리 건설사의 사업장들이다.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멈추는 탓에 미완성 아파트로 남은 이른바 '보증사고' 사업장이 경공매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국건설의 '한국아델리움' 관련 사업장들은 2년 가까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증 사고가 일어난 한국건설 사업장으로는 광주역 혁신지구 한국아델리움 스테이(북구 신안동), 뉴시티 한국아델리움 스테이(동구 궁동), 광주공원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오피스텔(동구 수기동), 무등산 한국아델리움 더힐 2단지(동구 산수동) 등 4곳이다. 이중 무등산 한국아델리움 더힐 2단지는 지난해 8월 수의계약으로 매각했지만, 여전히 나머지 3개 사업장의 경우 모두 유찰되고 있다.
수기동 한국아델리움은 2년간 총 35차례 유찰되면서, 최초 공고가 대비 '반값' 이하인 80억 원대까지 추락했다. HUG가 환수해야 할 원금인 220억 원의 40%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놨음에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구 궁동의 '뉴시티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역시 같은 기간 32차례나 유찰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저 입찰가는 HUG가 최초 제시한 공매가 280억원에서 148억원까지 떨어졌다. HUG는 올해 가격을 더 낮춰 공매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어려운 건설경기 탓에 올해도 입찰은 불투명할 전망이다.
HUG관계자는 "건설경기가 너무 안좋아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며 "가격을 낮추고 있는데도 들어오고 싶어하는 업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약 통장 없어도 됩니다"…건설사의 구애
지방 건설 현장의 위기로 대형 브랜드 건설사가 참여한 대단지들은 미분양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10년 임대 전환' 홍보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의 핵심 입지로 꼽히는 풍암동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분양 시장 냉각에 대응해 10년 임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증금 동결,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비 무상" 등 홍보 문자를 보내고, 현수막을 내걸며 임차인을 모집 중이다. 이 밖에도 각 자치구별로 분양 완판을 위해 각종 홍보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서구에 사는 50대 노모씨는 "주말사이 미분양 아파트들에 대한 홍보 문자를 10개 정도 받았다"며 "대형 유명 건설사가 참여한 대단지도 미분양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보며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실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광주시에선 미분양 아파트 일부를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LH는 지난해 12월 지역 주택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고 상생형 일자리 노동자들의 주거 안정과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광주시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동자들에게 LH가 매입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일부를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공급한다. 전세 금액은 주변 시세의 90% 수준으로 최대 8년간 공급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LH와 협업해 이르면 다음달께 계약 후 공급할 예정이다. 아파트는 힐스테이트 월산 등이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