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에서 100조까지… 현대차 로봇 가치 뭘 믿어야 할까? [이슈체크]

나은수 기자 2026. 1. 21. 18: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봇 올라탄 현대차
주가는 여전히 쌀까?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가 연초부터 매섭게 질주 중입니다.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호평을 받으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 한 영향입니다.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계열사들의 가치가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증권가에서 거론되는 숫자는 최소 10조원대에서 최대 100조원입니다. 고무줄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 원동력이 로봇에 있는 만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성장성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근거를 활용하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고 있을까요. 이번 이슈체크에서 하나씩 짚어봅니다.

■ 현대차, 100조 만든 로봇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습니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그리고 정의선 회장이 약 9500억원에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매입했죠. 회사의 가치를 약 1조18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셈입니다.

당시 인수가격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대주주였던 구글, 소프트뱅크조차 백기투항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이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고 하자 당시 시장의 대세였던 전기차, 수소차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죠.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적자는 계속 되는 중입니다. 2021~2024년까지 누적된 당기순손실은 1조2274억원에 달합니다. 2025년도 손실이 예상되고요. 계속된 적자에도 3조원 넘는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아무리 그룹이 점찍은 미래 사업이라도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현대차그룹은 CES에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합니다.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무대에 나와 자유자재로 관절을 움직이는 모습 등을 시연했는데 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하죠. 올해 CES의 주인공은 현대차라는 호평까지 받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합니다.

아틀라스는 360도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감지해 작업을 수행합니다. 극한의 환경(영하 20도~영상 40도)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며 배터리 교체도 스스로 수행합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회사 홈페이지에 "아틀라스는 대부분의 고객이 도입 후 2년 내 ROI(투자대비수익률)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공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진=뉴스1

아틀라스 공개 이후, 현대차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불기둥을 내뿜기 시작합니다. 대장주 현대차의 주가는 올해 초 대비 82% 상승하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시장에선 완성차 업체가 아닌 로봇 기업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로봇의 대장주"라고 평가합니다.

■ 26조에서 100조까지…현대차 로봇의 진짜 가치는?

현대차 그룹의 주가를 끌어올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정확하게 산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로보틱스 시장이 개화하지 않았을 뿐더러 아틀라스의 매출 추정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나름의 기준을 세워 회사의 가치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SK증권은 매출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PSR(주가매출비율)을 활용해26조8000억원으로 평가했습니다. PSR은 매출 배수를 시총으로 봅니다. 어떤 회사의 매출이 1억원일 때, PSR 10을 인정해준다면 그 회사의 가치는 10억원(1억원X10)이 되는 셈입니다.

SK증권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생산 능력(연 3만대)을 고려해 2030년 연간 매출을 3조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글로벌 로봇 기업의 PSR 평균 배수(12배)를 적용하면 회사의 가치는 36조원이 산출됩니다. 36조원은 2030년의 기준 가치이므로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화하면 26조8000억원이 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를 31조~62조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평가 차이가 큰 이유는 판매량을 ①2만대 ②1만대로 나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틀라스 뿐 아니라 다른 로봇 제품군(스트레치, 스팟)의 판매량도 가정해 가치를 산출했습니다.

아래 표의 CASE(1) 사례만 살펴보겠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 아틀라스 1만대(20억 달러), 스트레치 5000대(8억달러), 스팟 5000대(3억달러)를 판매할 것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미래에셋은 각 제품군의 매출마다 PSR 배수를 달리 적용했습니다. 아틀라스 18배, 스트레치 7배 등으로 적용한 겁니다. 각 로봇 제품군에 적합한 기업의 PSR을 각각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합산된 2028년 회사의 기업가치는 434억 달러로 현재가치화 하면 426억달러(62조원)가 산출됩니다.

다올투자증권은 DCF(현금흐름할인법)를 활용해 회사의 가치를 추정했습니다. DCF는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잉여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향후 10년 후의 예상현금흐름과 이후의 예상현금흐름을(영구가치) 합산해 가치를 산출합니다.

다올투자증권은 DFC 방식을 기준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10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과정을 아래표를 참고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26~2035년까지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8조원입니다.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면 8조원(PV OF FCF)입니다. 2035년 이후의 예상현금흐름(Termianl Value)는 211조원에 달합니다. 이 역시 현재가치화하면 93조원(PV of Terminal Value)입니다. 현재가치화한 두 값을 합산하면 최종 가치가 101조원으로 산출됩니다.

DCF는 매출성장률, 영구성장률 등을 추정하는 것이어서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됩니다. 위 표를 보더라도 2035년 EBITDA 이익률(매출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이익률)이 70%에 달한다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펼칩니다.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70원의 현금이 남는다는 건데 제조업 특성상 쉽진 않습니다.

■ 장밋빛 전망'만' 있다기엔...

위에서 보듯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에는 상당히 낙관적이 가정들이 전제돼있습니다. A 애널리스트는 "미래 실적을 추정하는 건 어느 기업이든 쉽지 않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유독 어렵다"며 "사실상 노베이스인 로봇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몇 대가 판매될지 등 추정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보틱스 시장에 보다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라인을 운용할 수 있는 기업은 테슬라, 현대차, 샤오펑이 유일합니다. 이 중 가장 앞서있는 건 테슬라로 그 격차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테슬라는 AI칩, 자체 소프트웨어 등 제조에 관한 수직계열화를 이미 갖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수직계열화가 아닌 차별적 수익성을 연결될 것"이라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는 많이 팔릴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가 영업이익으로 직결되는 반면 경쟁사는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변동비가 함께 증가해 이익률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가격도 넘어야 할 벽입니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로봇 상용화를 위한 가격 마지노선은 대당 2만 달러 안팎입니다. 현재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아틀라스의 가격은 13만~14만달러 수준입니다. 이에 반해 테슬라는 2만~3달러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굳건한 1강이고 중국(샤오펑)은 확실한 내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대차가 양산을 선언한 2028년까지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