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뒤흔든 ‘셀 아메리카’…동맹끼리 치고받아 충격 더 커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2026. 1. 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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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끼리 극단 대립으로 시장 직격탄
美 주식·국채·달러 다 던졌다
달리오 “신뢰붕괴로 미 국채 매입 안 하려 들 것”
덴마크 연기금 “이달 중 미 국채 매각”
유럽 보유 美자산 10조달러
자본전쟁 현실화시 글로벌 시장 대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간 그린란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무역전쟁을 넘어선 두 거대 경제권 사이의 자본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이 미국 자산을 팔아치우는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도의 변동성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미국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관세가 전 세계를 겨냥하면서 발작 증세를 보였던 것처럼 이번엔 그린란드 분쟁에 따른 ‘셀 아메리카’ 충격이 재연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인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2.06% 하락한 6796.8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39% 급락한 2만2964.32에 장을 마쳤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S&P500 지수는 올 들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지난해 10월 미·중 희토류 분쟁으로 폭락한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폭 하락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치솟아 작년 11월 이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황을 이어가던 자산시장의 질주가 그린란드 갈등의 여파로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또다시 트럼프발 불확실성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면서 주식, 채권, 달러를 가리지 않고 집단 투매 사태가 벌어졌다.

그린란드 갈등이 촉발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은 기존 미·중, 미·러 분쟁과 달리 아군끼리 충돌인 만큼 시장에 던지는 충격파도 크다. 특히 그동안 보유해온 상대 국가의 막대한 자산을 처분하는 극단적인 사태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사태가 자본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맹도 짓밟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책이 전 세계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국 자산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역전쟁 이면에는 자본전쟁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갈등이 무역 충돌을 거쳐 자본과 통화분쟁으로까지 확대된 역대 사례처럼 이번 충돌도 전조를 보인다는 경고다.

그는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하면 동맹국조차 서로의 채권을 보유하길 꺼린다”며 “이는 세계 역사를 통해 반복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달러와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미국의 자금 조달에 적극적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당장 이날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 펜션은 1억달러(약 147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이달 중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매각 이유는 미국의 과도한 재정 적자와 부채다. 하지만 아네르스 셸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린란드 갈등이 매각 결정을 어렵지 않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상 그린란드 사태에 대한 보복이란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를 신호탄으로 유럽의 연기금들이 잇달아 국채를 비롯한 미국 자산 투매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해 막대한 미국 자산을 보유한 유럽 국부펀드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유럽이 보유한 미국 자산은 주식 6조달러, 국채 2조달러, 회사채 2조달러 등 10조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5월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할 만큼 미국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해 명분도 충분한 만큼 유럽의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맹국으로서 미국 자산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유럽 자본이 미국을 외면하는 본격적인 자본전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경제·외교적 부담이 큰 만큼 ‘그린란드 관세’가 시행되는 2월 이전에 물밑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 자산을 조기에 매각하면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을 반대한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 10~25%를 예고했고, 유럽은 즉각 강력한 통상위협대응조치(ACI) 카드 검토에 나섰다. 대미 공격에 가장 적극적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구상에 부정적이란 이유를 들어 프랑스산 와인에 2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은 보복에 보복을 낳으며 최악의 국면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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