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해 버틴 발레, 나의 재능 됐다"

최소원 2026. 1.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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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부모도 발레리나·발레리노 부부
가족들 반대에도 혹독한 연습으로
객원으로 시작해 수석 무용수까지
SNS·유튜브로 시민들과 소통하며
발레의 매력 다양하게 알려 '눈길'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의 발. 발톱 곳곳에 피멍이 들어있다.

"무엇보다도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오늘날 제가 무대에 설 수 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최근 만난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 무용수의 말이다. 흔히 발레는 '타고난 신체'가 노력을 압도하는 잔인한 예술이라 불린다. 광주시립발레단원이었던 부모가 딸의 입문을 극구 반대했던 이유도 그 길의 혹독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토슈즈를 신었던 소녀는 17년이 흐른 지금 당당히 광주를 대표하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가 됐다.
'불새' 무대 의상을 착용하고 있는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부모가 발레를 전공했던 덕분에 공씨는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접하며 자랐다. 화려한 무대 의상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중학교 1학년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먼저 그 길을 걸어본 부모의 반대는 완강했다. 마음 여린 딸이 냉정한 세계에서 상처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절대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하셨다"며 "그런데 이상하게 발레만 하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지금 부모님은 어떻게 이렇게 악착같이 하냐며 대견해하신다"고 말했다.
'호두까기 인형'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광주 토박이인 그에게 광주시립발레단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대학 졸업 후 찾아온 객원 오디션 기회는 그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와도 같았다. 공씨는 "항상 춤에 목말라 있었기에 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그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2017년 '호두까기 인형' 객원 무대를 시작으로 비상임 단원이 된 그는 수년에 한 번 열리는 상임 오디션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는 "원래 매번 떨어졌으니까, 더 준비해서 다음 기회를 잡자고 생각했다"며 "몇 달 뒤 기적같이 한 번의 오디션이 또 열렸고, 두 번째 오디션에서 상임 단원이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코펠리아'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최근에는 평정 오디션을 통해 발레단의 꽃으로 불리는 '수석 무용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고 한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평정 오디션은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해 진행된다. 공씨는 상임단원이 된 이후 8년 만에 수석 무용수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그는 "낙담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만들어줬던 강원대 백영태 교수님, 박기현 교수님을 비롯해 광주시립발레단을 거쳐가며 내게 기회를 준 최태지 예술감독님, 박경숙 예술감독님,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 응원해주는 관객들,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그는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 발레'에 특히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공씨는 "관객이 나를 보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푹 빠져서 보게 만드는 '팔색조' 같은 무용수가 되고 싶다"며 "그런 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클래식 발레 중 감정선이 깊은 '지젤'이 뜻깊다"고 전했다.

지역 무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역시 각별하다. 그는 "고향 광주는 가족 같은 유대감이 있고 시민들의 발레 사랑이 각별해 공연 때마다 큰 힘을 얻는다"며 "다만 예산의 한계로 인해 무용수들을 위한 소모품 지원이나 외부 교류 활동이 제한적인 점은 아쉽고도 슬프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9월 KBS Joy 인기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남편 우건희 광주시립발레단원과 함께 출연한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KBS Joy 유튜브 갈무리.
그는 SNS와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공씨는 "누군가 알아주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가진 걸 이용해서 스스로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생활보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발레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발레 마임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자 실제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동작의 의미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변화도 나타났다. 지난 2024년에는 KBS Joy 인기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남편인 우건희 광주시립발레단 무용수와 출연해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부부로서의 고민을 나누며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도 했다.
공유민 광주시립발레단원

끝으로 그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이들에게 "나는 예선 탈락이 일상이었고 한 번도 주목받아본 적 없는 무용수였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발레를 싫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고, 그게 내 재능이 됐다. 힘듦을 이겨내고 무대가 주는 행복감을 꼭 느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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