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의료칼럼]치매 환자의 치과 치료 시 주의사항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의 치과 내원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치과 치료는 일반 환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치과 치료의 목적과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는 의료진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고민이다. 치료의 완성도보다 환자의 안전과 편안함, 그리고 향후 관리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는 통증이나 불편감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아 통증이나 잇몸 염증이 있어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대신 식사를 거부하거나 이유 없는 불안, 초조, 공격성 증가 등의 행동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치매 증상의 악화로 오인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구강 내 통증이나 감염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치매 환자의 전신 상태를 평가할 때 구강 건강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치매 환자의 치과 진료가 어려운 이유는 자발적인 협조가 어렵고, 장기간 구강 위생 관리가 되지 않아 구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불량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 중 낯선 환경과 소음, 기구 자극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란이나 돌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항콜린성 약물,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등으로 인한 구강건조증, 침 분비 조절 이상, 연하 기능 저하 등의 약물 부작용도 치료 계획 수립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치과 치료의 기본 원칙은 치매의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목표를 달리 설정하는 것이다. 진료 전에는 간단한 인사, 눈맞춤, 손을 잡아 주는 행동 등으로 환자의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도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비교적 의사소통과 협조가 가능하므로 스케일링, 충치 치료, 간단한 보철 치료까지 시행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예방 중심의 관리와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치료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장시간 치료에 대한 협조가 어렵고 진료 중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불안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진료 시간은 짧고 반복적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단계에서는 '치아를 최대한 살리는 것'보다 통증과 감염을 예방하고, 보호자가 관리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치료의 핵심 목표가 된다. 예후가 불확실한 치아를 무리하게 유지하기보다는 발치를 선택하는 것이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우도 많다.
진료 환경에 대한 배려도 매우 중요하다. 설명은 짧고 단순하게, 한 번에 한 가지 지시만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소음과 주변 자극을 줄이며, 치료 시간은 가능한 한 짧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치료 중에는 흡인 사고 예방을 위해 충분한 흡인 장치와 적절한 체위 조절이 필수적이며, 돌발 행동에 대비한 안전 장비 사용도 고려해야 한다. 진정 요법이나 전신마취는 인지 기능 저하와 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신중한 판단과 의과 협진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의 구강 건강 관리에서 보호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 하루 두 차례 칫솔질을 도와주고, 틀니는 매 식후 세척하며 취침 시에는 분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음식 섭취를 갑자기 거부하거나 입 냄새가 심해지는 등 사소해 보이는 변화도 치과 검진의 신호로 인식해야 한다.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의 문제가 아니다. 저작 기능 저하는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구강 내 세균은 흡인성 폐렴과 같은 심각한 전신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치매 환자의 치과 치료는 치아를 고치는 행위를 넘어, 삶의 질과 존엄을 지키는 중요한 의료 행위라 할 수 있다. 치매 환자의 치과 치료는 더디고 쉽지 않지만, 환자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할 때 치과 의료는 고령화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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