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전 보조금’ 전환…삼성·LG ‘프리미엄’ 가전 호재
이구환신, 12개에서 6개 품목·1등급 한정…‘볼륨’보다 ‘효율’
삼성·LG전자 '고효율 가전' 재펀, 中 보조금 수혜 전망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의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에 대한 보조금 전환을 계기로 단기 판매 확대를 넘어 'AI·고효율 플랫폼'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가전 보조금 정책의 방향을 '볼륨'에서 '효율'로 전환하면서 가격 경쟁력 중심의 로컬 업체가 주도해 온 시장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평가다.
가성비 제품이 가격 공세로 외형을 키우는 사이 삼성과 LG는 에너지 1등급, AI 절전, 인버터 등 기술 우위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 중국 보조금 제도 '볼륨'에서 '효율'로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냉장고·세탁기·TV·에어컨·온수기·컴퓨터 등 6개 품목에 대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또는 물 효율 1등급) 제품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구환신 정책을 조정했다. 기존 일부 품목에서 2등급 제품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나 앞으로는 1등급 기준을 충족해야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높였다.
품목 수도 종전 12개에서 6개로 줄였다. 다만 정책 재원은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배분되는 구도다. 단순한 내수 부양을 넘어 고효율 제품 확산을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구조 전환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조금은 판매가의 15% 수준이며 제품당 최대 1500위안(약 30만원)까지 지원된다. 저가 제품에는 1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한 원가 부담이 커져 수익성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에는 '체감 가격 인하' 효과가 커지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보조금 정책이 가격 경쟁을 강화하기보다 '에너지 효율' 중심의 소비 선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 삼성, AI 에너지 플랫폼으로 中 프리미엄 락인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 1등급과 AI 절전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비스포크 AI' 라인업을 확대해 왔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요 품목에서 효율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한 프리미엄을 앞세워 보조금 정책 변화에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구도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는 중국 소비자들의 효율 선호를 겨냥해 에너지 효율 1등급 모델을 적용하고 스마트싱스(SmartThings)의 'AI 절약 모드'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대 10%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조금 혜택을 받는 동시에 장기적인 전기요금 절감 효과까지 강조할 수 있어 프리미엄 포지셔닝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세탁·건조를 통합한 비스포크 AI 콤보 역시 고효율 모델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일부 모델이 1등급 기준 대비 전력 사용량을 최대 45% 낮춘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사용자 패턴과 부하를 학습해 전력 소모를 자동 최적화하는 기능을 내세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실사용 비용도 낮춘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보조금 정책이 단순한 가격 인하 효과를 넘어 삼성전자가 구축해 온 'AI 기반 에너지 관리 플랫폼' 전략을 현지 시장에서 검증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LG, 코어테크·인버터로 '실사용 효율' 차별화
LG전자는 모터·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기술을 묶은 '코어테크(Core Tech)'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효율 가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인버터 기술은 회전 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해 필요한 만큼만 구동하는 방식으로 실사용 조건에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데 강점이 있다.
LG전자는 유럽 등 에너지 규제가 강한 시장을 중심으로 고효율 라인업을 넓혀왔고 중국에서도 이구환신 대상 품목에 코어테크 기반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효율 등급을 맞춘 제품'이 아니라 장기 사용 구간에서 체감되는 실사용 효율을 차별화 포인트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조금이 1등급 중심으로 재편되면 고효율 기술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LG의 경우 인버터 기반 부품 경쟁력을 앞세워 '보조금 적용이 가능한 친환경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보조금 대상 등록·유통 전략'이 실적 좌우
이번 정책 개편은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승부가 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이전과 다르다. 에너지 효율 1등급 인증 취득, 보조금 대상 등록, 성능·절감액에 대한 문서화 작업, 지방정부·유통업체와의 연계 프로세스 등 '실무 대응력'이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누가 더 빠르게, 더 많이 보조금 대상 SKU(제품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연간 실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유통 채널 내 제품 배치 전략도 중요하다. 매대에서 1등급, 보조금 적용, AI 절전 기능이 동시에 표시되는 제품은 소비자 가격 체감도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의 '저가'와 한국 업체의 '고효율+보조금' 사이에서 구매 심리가 갈릴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시장의 재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로컬 브랜드 역시 1등급 제품군을 빠르게 늘릴 경우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어 프리미엄 선점 경쟁은 단기간에 결론 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과 사용 데이터를 축적해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이를 제품 효율 개선과 에너지 관리 서비스, 탄소 저감 솔루션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변화가 "보조금이 붙는 고효율 제품을 누가 더 빨리 늘리느냐"를 넘어, 가전의 경쟁력이 '가격'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효율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1등급 보조금'은 단기 매출 부스터인 동시에 글로벌 가전 시장을 '고효율·AI·ESG'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 신호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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