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도 코스피처럼 대표 지수 생길까? [엠블록레터]

두 소식 모두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들입니다. 이 중 오늘은 암호화폐 벤치마크 지수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 시장의 오랜 격언입니다. 이에 비해 디지털자산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측정의 표준’이 부재한 야생의 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낸스, 업비트 등 각 거래소마다 제각각인 가격과 끊이지 않는 시세 조종 의혹은 고객이 맡긴 돈으로 투자하는 기관들의 진입을 막는 거대한 장벽이었지요.
그러나 올 1월 나스닥과 CME가 손을 잡고 암호화폐 벤치마크 지수를 공동 출범시킨 것은 이런 상황을 바꿔놓는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금, 그리고 원유가 거쳐간 ‘자산의 금융화’ 단계를 디지털자산이 밟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숫자 산출이 아닌, 금융의 필수 요소를 채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스닥과 CME가 지수 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재화를 사고 파는 시장의 핵심 기능인 ‘가격 발견’을 장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민간 거래소들의 호가에 의존해 왔는데요. 거래소간의 가격이 각각 다르다는 문제 뿐 아니라 각 거래소간 가격을 취합해 평균한다 하더라도 이 가격이 시장에서의 가치를 의미하는 공정 가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왔습니다. 취합해 평균하는 주체도 역시 공신력이 낮은 민간 회사라는 점도 의문을 부채질했구요.
여기에 나스닥, CME라는 전통 금융의 신뢰도를 등에 업은 시장 운영자가 지수 산출을 책임지는 것은 이같은 우려들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정보들의 출처인 거래소부터 엄선해서 걸러내는 단계를 거치고 여기에 실제 거래량과 유동성 등을 종합해 가중 평균한 뒤 산출해서 특정 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가격 왜곡을 기술적으로 차단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과정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투명성’을 제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 당국이 ETF 승인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허가할 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이같은 ‘조작 불가능한 벤치마크’의 존재입니다. 즉 이들은 디지털자산 시장에 전통 금융 수준의 신뢰를 주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지수 공급자는 지수의 가치 상승이라는 이득을 독점하게 됩니다.
금 시장은 20여년 전인 2004년 금 현물 ETF의 승인과 신뢰할 수 있는 벤치마크의 등장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은 바 있습니다. 보관이 어렵던 실물 금이 주식 계좌에서 살 수 있는 자산으로 변모하면서 금 가격은 2011년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이어 원자재 시장 역시 비슷한 시기에 S&P GSCI 같은 지수가 정착하면서 연기금 자금이 30배 이상 유입되는 ‘슈퍼 사이클’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기대 너무 장밋빛 전망에만 젖어 있으면 안됩니다. 지수의 확장이 반드시 낙관적인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지수화에 따른 리스크도 분명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리스크는 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의 심화입니다. CME 선물 시장의 규모가 비대해지면 실제 코인의 이동 없이 장부상으로만 거래되는 파생상품이 현물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 금 시장에서 실물 금보다 ‘종이 금(선물)’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며 가격 상승이 억눌렸던 전례가 있습니다. 작년 10월에도 비트코인 현물가의 단기 변동성 확대가 대규모 청산을 야기해 가격을 급락시킨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죠.
또한 지수 추종 상품의 기계적인 매매는 시장의 변동성을 줄여 디지털자산 특유의 높은 기대 수익률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고변동성은 비트코인의 특징임과 동시에 단점인 양날의 검인데요. 이같은 특성을 잃고 다른 고위험 고수익 자산인 나스닥과 동조화된다면 투자할 이유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같은 단점을 고려해서 자산의 금융화 트렌드는 잘 좇아가되 시장간 조율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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