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갈아끼우기’로는 못 이긴다…일본에 반복되는 패배, 한국유스시스템 한계[김세훈의 스포츠IN]

한국 축구가 일본 축구에 또 패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남자축구대표팀이 23세 이하 아시안컵 4강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에는 슈팅수 1-10으로 밀리며 골을 내줬다. 공격적으로 나선 후반 플레이는 밋밋했다. 슈팅수에서는 8-12까지 따라갔지만 유효슈팅수 2-4, 기대득점 0.34골-1.47골, 골이 될만한 이른바 ‘빅찬스’에서도 0회-2회로 뒤졌다. 경제성,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산한 플레이였다.
이 감독은 대회 내내 선수단 로테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후반 초반 실점이 거듭되는 것도 제어하지 못했다. 조직적인 득점 장면도 별로 창출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등을 지고 공을 받으면서 느린 축구를 반복했다. 수비 협력 및 커버 플레이가 너무 부족했다. 공격에서도 동료를 활용해 공간을 창출하지 못한 채 개인 플레이가 주를 이뤘다. 영리하게 공간으로 뛰어들어가고 볼을 전달하기보다는 몸싸움, 드리블로 이기려고 했다. 답답한 경기는 여전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정말 감독만의 책임일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두 살 어린 일본, 그리고 역시 두 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에 모두 패했다. 20대 초반 2년이라는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한국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서 조커 또는 22세 이하 한정적인 활용 자원에 머문다. 경기 수는 적잖아도 출전 시간이 적은 탓에 실전경험이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팀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상급학교가 결정된다. 선수 성장이 아니라 팀 성적으로 감독이 부모에게 인정받고 월급도 챙긴다. 결국 한국은 지지 않은 축구, 버티는 축구, 체력으로 하는 축구가 돼 버렸다. 조직력만 강조하다보니 10대 후반까지 개인기를 익힐 골든 타임를 놓쳤다. 개인 레슨으로 좋아진 개인기도 혼자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뛰어난 선수가 배출되고 뛰어난 팀플레이가 가능할까. 이건 모두 한국축구 유스시스템이 우리 어린 선수들을 수동적인 선수로 만든 탓이다. 한국축구가 일본에 계속 밀리는 이유는 한계에 봉착한 한국유스시스템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대표팀 부진을 논할 때마다 감독탓, 선수탓을 하면 한국이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없다. A매치는 11명 대 11명 싸움이 아니다. 양국 유스시스템 간 충돌이다. 선수들은 유스시스템에서 성장하고 배출된 결과물이다. 한국이 브라질, 스페인 등 세계 강호들에 완패하는 이유, 일본에 잇따라 대패하는 이유, 과거 가볍게 꺾은 동남아 국가조차 힘겹게 이기는 이유 모두 잘못된 한국 유스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에 환호한다. 10대 초중반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로 갔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사실상 유럽선수인 셈이다. 벨기에, 네덜란드 등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가 FIFA랭킹 톱 10에 들고 세계 최고 선수를 배출하는 것은 탁월한 유스시스템 덕분이다.
국제적인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한국 시스템을 수술하지 않고는 한국축구 부활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축구 구조는 진학, 취업, 돈벌이 등을 노리는 지도자, 부모, 프로팀, 에이전트 등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소위 축구계 종사자들이 자기 욕심과 기득권을 많이 내려놓고 결기 결과가 아니라 우리 선수들의 성장에 모든 걸 집중할 때 한국축구도 강해질 수 있다. 지금 한국축구가 이모양 이꼴인 것은 실력이 부족한 사람보다는 일그러진 구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사람만 계속 갈아끼워서는 절대 성장할 수,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사람 탓, 희생양 찾기, 마녀사냥식 비난은 효용성이 바닥을 친 구조 속에서 음흉하게 똬리를 뜬 축구인들의 은밀한 먹이사슬만 공고히 할 뿐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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