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TV 담합' 4대 시중은행에 과징금 2720억원 부과
과징금 하나 869억, 국민 697억, 신한 638억, 우리 515억 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담보대출비율(LTV)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이를 활용해 LTV를 의도적으로 조정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대형 시중은행에 대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2720억14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이 869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697억 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 100만원, 우리은행 515억 3500만원 순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문제된 대출에 대한 이자수익 6조8000억원가량을 매출액으로 산정했다"며 "가계대출 내 정부규제 LTV 적용분 등 관련 없는 매출액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이 2022년 3월경부터 2024년 3월까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교환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정보교환 담합행위를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및 시행령 제44조 제2항 제3호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LTV는 담보물 가치에서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차주의 담보물을 은행이 몇 퍼센트(%)까지 가치를 인정해 담보대출을 실행할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 은행은 법원 경매낙찰가율과 경제상황과 대내외 경제상황, 영업목표·전략 등을 고려해 LTV를 정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타행의 영업전략인 LTV 관련 정보를 습득·공유하는 행위를 수년간 이어왔다. 소속 직원들은 정보교환 행위 당시 직접 만나 문서(인쇄물) 형태로 받아온 후 그 정보를 일일이 엑셀파일에 입력하고, 받은 문서는 파기하는 등 정보교환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은폐했다. 해당 정보에는 개별 부동산의 종류부터 소재지 등 LTV 계획 일체가 담겨 있었다.
4대 시중은행은 위 정보를 토대로 당행의 LTV를 조정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토지와 상가, 공장 등 부동산의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이를 낮춰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줄였고, LTV가 낮으면 오히려 높여 고객 이탈을 방지했다. 모 은행은 타행 대비 LTV가 5%p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당행 LTV를 조정했으며, 타행 평균보다 5%p 낮은 지역은 LTV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 결과 4대 시중은행은 영업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LTV 경쟁을 회피해 장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4대 시중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은행(기업·NH농협·부산은행 등)에 비해 7.5% 낮게 형성됐다. 공장과 토지 등 비주택 부동산은 8.8%p까지 벌어졌다.
문재호 국장은 "영업전략 등 정보를 교환·사용해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문제"라며 "경쟁 상대방의 영업전략을 파악할 수 있고, 당행의 정보도 경쟁자가 알 수 있다는 건 담합.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고 리스크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게 위법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담합은행에 비해 LTV를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시켰다는 자체가 경쟁을 회피했다는 것"이라며 "불확실성 리스크를 차주에게 전가하는 행위까지 종합해 경쟁 제한 행위가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LTV가 낮다는 건 동일한 부동산 담보임에도 총 대출가능금액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우 필요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게다가 LTV 하향 조정으로 대출기간이 줄어들거나 상환조건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다만 차주의 구체적인 피해 정도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 국장은 "담보대출이 절실한 차주가 보다 적은 한도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게 큰 문제"라면서도 "LTV 하향 담합의 결과로 추가 자금을 얼마나 조달해야 했는지 등 개별적 사례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 국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개정 공정거래법에 새롭게 규정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라며 "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유지됐던 경쟁제한적 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