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작가가 기획자로, 그림이 말을 걸다
40대 이진희·임현정·최경아 3인전
2월 22일까지 ‘말을 거는 그림들’
AI 시대 이야기가 갖는 힘에 주목
“경계 없는 예술 플랫폼 실천할 터”


전시 기획자(큐레이터)는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내고, 이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공간’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작가의 작업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첫 번째 관객이기도 하다. 설치미술 작가 이정윤이 자신의 작업이 아닌, 큐레이터로서 관객을 맞고 있다.
이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부산 금정구 두구동 2층짜리 건물 1층을 전시 기획 전문 공간 ‘스페이스 비브이’(Space Bv)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첫 기획전을 지난 9일부터 열고 있다. 앞서 이 작가는 자신이 20대 시절부터 수집해 온 소장품을 공개한 개관 기념전 ‘The Room Remains: 내방 여행하는 법’(2025년 8월 15일~10월 12일)과 ‘크리스마스 마켓’(2025년 12월 12~14일) 행사로 Space Bv의 새출발을 알렸다. 옛 이름 ‘붐빌’(Boomvill, 유명한 동네)이 시작된 건 2019년 4월이었다.




이진희의 회화는 손으로 문지르고, 다시 그려낸 선과 면, 색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진희의 그림은 자연과 작가의 감정이 맞닿는 순간의 미세한 진동을 화면 위에 쌓으며 조용히 스며들게 한다. 서울대에서 회화(동양화)를 전공했고, 그리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 과정(페인팅 전공)을 졸업했다.
그런데 첫 기획전은 왜 회화 작가 3명으로 시작했을까. 큐레이터 이정윤은 “회화 작가 중에서도 특히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시작한 이유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이 AI(인공지능)이고, 앞으로 예술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할 것인가를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재능 중 하나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 세 명을 1년 전부터 섭외해 개관전 작가로, 상징적으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 작가의 회화는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지만, 명확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관객과의 대화를 기다리며 속삭이고 있다.
“이 전시는 형식적으로는 구상에서 반추상으로, 반추상에서 추상으로 이어지지만, 이는 회화의 분류라기보다 보는 방식의 이동에 가깝습니다. AI의 시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가장 필요한 능력은 정답을 찾는 힘이 아니라 스스로 연결하고, 말하고, 정보를 자기만의 언어로 해석해 풀어내는 힘입니다. 말이 되기 전의 생각, 문장이 되기 전의 감정이 작가들 작품을 통해 천천히 깨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운영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일·월요일 휴관, 2월 22일(일) 정상 운영. 문의 010-5145-9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