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300조③] 지수만 쫓던 ETF, 전략 '설계 플랫폼' 진화

이해선 기자 2026. 1. 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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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형·커버드콜·액티브 전면…세부 전략 시대 열려
공시와 정보 전달이 핵심 경쟁력…다음 전장은 '신뢰'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2002년 10월 첫발을 뗀 지 23년여 만인 2026년 1월 전체 자산규모 300조원을 넘어섰다. ETF는 개인 투자자의 자산배분 방식은 물론 자본시장의 상품 경쟁구도까지 바꿔놓으며 '대중의 투자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EBN은 이번 기획을 통해 5회에 걸쳐 ETF 도입 이후 성장의 역사와 주요 변곡점을 짚고, 시장에서 투자자·상품·운용사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핀다. 300조원 이후 성장을 가를 제도 정비와 상품 혁신, 운용 역량의 과제를 놓고 업계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도 담는다. <편집자주>
챗 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ETF는 20여년 만에 단순 지수 추종에서 벗어나 전략을 설계하고 목적을 구현하는 투자 도구로 진화했다. 핵심은 '얼마나 담느냐'보다 '어떤 투자 전략을 어떤 구조로 담았느냐'다. 

테마형, 커버드콜, 액티브 ETF가 시장 전면에 부상하며 상품은 더 이상 따라가는 수단이 아니라 설계하는 플랫폼이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2002년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을 상장하며 열린 국내 ETF 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단순 구조에 머물렀다. 저비용과 투명성이 강점이었지만, 운용사들은 그 안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TIGER 반도체'와 'TIGER 은행'을 선보이며 산업 테마형 투자 시대를 열었다. 이어 2008년 삼성자산운용이 'KODEX 삼성그룹'을 출시해 그룹주 중심의 선별투자를 시도했고, KB자산운용은 2009년 국내 최초 채권형 ETF인 'RISE 국고채3년'을 내놓으며 ETF 투자 영역을 안전자산으로까지 확대했다.

2009년 9월과 2010년 2월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인버스'와 'KODEX 레버리지'를 각각 출시하며 시장 유동성을 확대했다. 해당 상품들은 아시아 최초의 레버리지·인버스 ETF로 2010년대 개인투자자들의 ETF 시장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해외 분산투자 수요가 늘면서 ETF는 국내 주식 투자 수단을 넘어 글로벌 자산배분 도구로 자리 잡았다.

미래에셋은 2010년 'TIGER 미국나스닥100'으로 미국 대표지수를 국내 ETF로 도입했고 2018년 'TIGER 코리아TOP10'으로 집중 투자 트렌드를 반영했다. 한화자산운용은 2012년 'PLUS 고배당주'로 배당 투자층을 공략했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16년 'ACE 베트남VN30(합성)'을 통해 신흥국 수요를 끌어왔다.

2020년대는 ETF가 투자자의 목적과 성향을 말하는 수단으로 본격 탈바꿈한 시점이다. 대표지수는 연금 장기투자의 코어로 굳었고 테마형은 산업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통로가 됐다. 테마는 더 잘게 쪼개졌다.

'반도체'라는 키워드 아래에서도 장비, 밸류체인, TOP10처럼 상품 구조가 다층화됐다. 미래에셋은 2020년 'TIGER 미국S&P500'을 시작으로 2021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TIGER 반도체TOP10'을 통해 글로벌 혁신과 집중형 전략을 동시에 겨냥했다.

삼성운용은 AI라는 메가 트렌드 아래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KODEX AI전력핵심설비' 등 테마형 ETF를 다수 상장하는가 하면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등 단순 주식형·채권형을 넘어선 커버드콜 월배당 상품을 출시했다.

한투운용은 2021년 'ACE KRX금현물'로 대체자산을 ETF로 구현했으며 2022년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로 밸류체인 전략을 강화했다. 2023년 출시된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는 단순 지수 추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액티브 전략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화운용은 2023년 국내 최초로 'PLUS K방산 ETF'를 상장해 지정학 리스크를 선제 반영했다. ETF가 '따라가기'에서 '선점하기'로 나아간 상징적 변화였다.

KB운용은 전략형 ETF의 일상화를 보여줬다. 2021년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로 장기 국채를 자본차익 관점에서 해석했고 2023년 'RISE 머니마켓액티브'로 현금성 자산을 ETF로 담았다. 같은 해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은 환율 노출까지 상품 설계에 포함했다. 2022년 'RISE 글로벌원자력'은 원전 밸류체인을 선제적으로 편입했다. 

100조에서 300조로…시장 키운 건 테마의 힘

국내 ETF 시장은 2023년 6월 100조원, 2025년 6월 200조원, 2026년 1월 300조원에 도달했다. 이 시점마다 시장의 주도 테마는 ETF 자금 흐름을 통해 구현됐다.

100조 돌파 당시엔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200조 구간에선 AI, 조선·방산·원자력 테마가 부상했다. 현재는 AI 기반 반도체, 전력, 소프트웨어가 주축을 이루며 드론, UAM, 주주환원 고배당 전략이 신규 자금을 이끌고 있다.

2026년 이후 ETF 시장은 AI라는 메가 테마 아래 세부 전략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KB운용은 데이터센터, 피지컬AI, AI에이전트를 예고했고, 한화운용은 우주항공과 휴머노이드 로봇 테마를 거론했다. 미래에셋은 시장이 무차별 랠리에서 선별 투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잉여현금흐름과 이익을 실현하는 기업 중심으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주주환원이 새로운 투자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 고배당을 넘어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성향, 잉여현금흐름 등이 함께 고려된다. ETF도 보다 정교한 구조 설계에 나서고 있다.

월분배 ETF와 커버드콜 전략도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단순한 분배율이 아닌 총수익 구조와 분배 재원의 명확성이 중요해졌다. KB운용은 커버드콜을 성장 참여형 구조로 설계했고 한투운용은 이를 연금·인출기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ETF는 이제 은퇴 후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도구로 기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략형 상품의 확산은 새로운 리스크도 동반한다. 테마형의 쏠림, 커버드콜의 분배 착시, 액티브 전략의 운용 편차는 대표적인 위험 요소다. 

300조 시장 이후의 핵심 과제는 '공시'와 '정보 전달'이다. 분배 재원이 배당인지, 옵션 프리미엄인지, 자본 환급인지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 손실 구간에서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설명돼야 한다. 상품 혁신이 시장을 키웠다면 다음 단계의 성장은 신뢰가 좌우할 것이다.

다음 [ETF 300조④]편에서는 시장이 커지면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자산운용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그 결과 ETF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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