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와 황인준 ZVC 대표가 20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ZVC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AI 시장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수영 기자
황인준 ZVC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시장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20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ZVC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스타트업은 숙명적으로 글로벌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며 "그 출발점으로 일본 시장은 굉장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1인당 GDP가 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2.5배가량 많고, 내수 경제에서 도메스틱(국내) 비중이 훨씬 높다"며 "단순 계산으로도 2.5배,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3~4배 가까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시장은 이미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시장의 테이스트를 파악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며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이해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진출의 첫 무대로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ZVC는 라인(LINE) 야후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다. 지난 2021년 Z홀딩스와 라인, 야후 재팬이 경영 통합되면서 각사 CVC였던 라인벤처스와 YJ캐피탈이 합쳐져 설립됐다. 현재 약 300억엔(약 3000억원) 규모의 펀드 2개를 운용 중이다.
황 대표는 "일본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썼으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한국보다 수익 모델을 만들기 훨씬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일본 진출 전략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를 그대로 번역해 올리고 출장으로 커버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일본 시장을 뚫기 어렵다"며 "서비스를 뜯어고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일본에 와서 현지에서 버티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도 검색 사업을 하며 5~6년간 현지 문화를 체득한 뒤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현지 유저의 테이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일본 벤처 투자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로나19 이전 일본 사회는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전체 상거래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도 25% 수준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를 계기로 재택근무, 디지털 결제, 푸드 딜리버리 등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사회 전반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SaaS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단순 SaaS만으로는 투자받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서비스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물결에 일본도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황 대표는 일본 투자 시장도 AI 분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AI 생태계에 대해 "코어 AI 기업은 많지 않고, 레이어엑스나 파인치 같은 기업도 실질적으로는 SaaS 회사에 가깝다”며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AI 기업인 사카나AI도 외국인이 창업한 회사"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큰 투자를 받은 무진(Mujin)도 미국인 로봇공학자와 일본인이 공동 창업한 회사였다"며 "일본에서 투자할 만한 회사는 외국인이 창업한 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일본 시장의 투자 분위기에 대해 "지금은 AI가 들어가지 않으면 투자받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부 정책자금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2022~2023년부터 정부와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자금이 본격적으로 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이 모이면 인재가 모이고, 좋은 스타트업이 생기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며 "일본 주요 대학에서도 학내 벤처가 과거보다 훨씬 더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ZVC가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ZVC의 주요 투자 기업으로는 뤼튼테크놀로지스(Wrtn), 쿼리파이에이아이(QueryPieAI), 튜링(Turing), 레이어엑스(LayerX), 듀이러(Dwilar), 하빗팩토리(Habit Factory) 등이 있다.
황 대표는 "일본은 미국 기업들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공략하고 싶어하는 시장"이라며 "ZVC는 미국 기업에 투자할 때도 일본 시장 진출을 함께 지원하는 전략을 테마 중 하나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라인 야후의 CVC이기 때문에 미디어, 핀테크, 이커머스가 메인 분야"라며 "요즘은 모든 게 AI 기반이기 때문에 AI와 연결된 사업을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전체 투자금 중 약 20~30%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배정돼 있다. 과거보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이다"라며 "뤼튼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짰고, 일본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