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더 이상 미래의 탈것이 아니다. 전기차는 이미 오늘날 도심의 풍경을 구성하는 일상적 요소가 됐고 충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도시 인프라와 함께 삶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전기차는 여전히 쉬운 선택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기술의 전환을 응원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가격과 인프라의 현실이 먼저다.
이 지점에서 이볼루션 조현민 대표는 단순히 충전기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넘어 ‘전기차 시대의 휴먼 커넥터’로 스스로를 정의했다. 조현민 대표는 전기차 시대가 결국 기술보다 문화에서 갈등과 해법을 찾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전기차의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명백한 요인은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소비자들은 내연기관 차량을 선택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모델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전기차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산 전기차를 선택하더라도 내연기관 그랜저 가격으로 코나 전기차조차 손에 넣기 어려운 상황이고 보조금을 감안해도 여전히 체감 가격은 높다.
특히 현대차의 전기차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와 중국산 전기차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아 EV5의 가격 책정은 이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3000만원대(보조금 포함) 테슬라 모델3가 출시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중국에서 공개된 EV5의 가격에 익숙했기 때문에 국내 출시 가격에 더욱 실망했다.
단순한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기업 전략의 문제로 확장된다. 조 대표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성이 전기차보다 높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전기차의 확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것을 속으로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차량은 원가 측면에서나 부품 수급, 정비 시장 등에서 제조사에게 훨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제공한다. 반면 전기차는 보조금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존하고 충전 인프라 등 복잡한 시장 생태계 안에서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전환에 대해 속도 조절을 시도하는 것은 전략적 판단의 결과일 수 있다.
또 중고차 시세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소비자와의 신뢰의 문제다. 전기차 가격을 급격히 인하하면 중고차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서도 가격을 급격히 조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기존 중고차 유통 구조와 소비자 신뢰, 그리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복잡한 산업 간 이해관계가 생긴다. 전기차 보급은 단순히 제조사의 결단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해관계자들이 촘촘히 얽힌 산업구조 속에서 가격 인하나 공급 확대는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서는 독특한 문화 현상도 발견된다. 조 대표는 전기차 이용자 사이에서 '이기적인 이타주의'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가 좋다는 사실을 알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기차 구매를 권하지 않는 현상이다. 충전소는 부족하고 충전기 사용에 대한 갈등은 많아지는 상황에서 경쟁자들을 늘리고 싶지 않은 이용자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특히 충전 인프라 부족과 관련한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자리에 내연기관차가 불법 주차를 하거나 전기차 차주조차 충전이 끝난 뒤 차를 빼지 않는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이용자 간의 마찰이 발생한다. 정부가 법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비했지만 여전히 인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충전 인프라 사업자들이 처한 현실도 강조했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초기에는 정부 보조금이 충분했지만 이제는 민간 사업자들이 자부담으로 절반 이상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전기차 이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충전 요금 인상은 소비자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다. 결국 사업자는 충전 요금을 슬금슬금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소비자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오래된 논쟁은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장의 관계에서도 반복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가 선행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다.
조 대표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문화’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간의 갈등, PHEV 이용자와 BEV 이용자 간의 갈등, 전기차 차주와 아파트 입주민 간의 갈등은 결국 서로 다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내연기관차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충전 구역이 단순한 빈 주차 공간으로 보이지만 전기차 이용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 확보의 공간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없다면 전기차 사회는 갈등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 대표는 ‘차지(charge:충전)할 때만 차지하기’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충전 구역은 충전할 때만 사용하고, 충전이 끝나면 차를 이동시키는 기본적인 문화가 정착되어야 모두가 편리한 충전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전기차는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문화적인 감수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조 대표는 전기차를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제4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시동을 걸어 공회전을 하지 않아도 차량 내에서 전력을 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지하주차장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형태의 개인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이 전기차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 내에 아빠의 개인 공간이 사라진 현실에서 전기차는 조용하고 온전한 ‘동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가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기술적 수식어를 넘어서 새로운 도시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기차 문화는 과연 한국 사회에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까. 조 대표는 긍정적인 사례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불안감이 극도로 커졌을 때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충전 구역을 제한하기보다 주민들에게 소방대의 대응 속도와 구조 시스템을 설명하고 공포를 완화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지역 사회에서 주민과의 신뢰 속에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갈등은 줄어들고 전기차는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러한 사례를 확산시키고 공론화하는 것이 전기차 문화 확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조 대표가 지적한 문제의식은 하나로 수렴된다. 전기차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한 요인은 인간이다. 서로 다른 상식이 충돌하고 다른 욕망이 충전 구역에서 만나 갈등을 일으킨다.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것은 법을 넘어 문화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기차 문화는 여전히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갈등을 감내하지 않으면 친환경 전환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전기차 가격 인하를 포함한 제조사의 결단과 더불어 공존을 위한 문화적 상식의 확산이다. 전기차 시대는 단지 배터리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맞닿는 그 문화 속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편집자주>해당 기사는 삼프로TV/압권/언더스탠딩 인터뷰 방송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더욱 정확한 풍성한 내용은 방송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