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범택시' 이제훈 "아직 보여주지 못한 내가 궁금해"

정효림 기자 2026. 1. 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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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시리즈로 두 차례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제훈. 화려한 성과에도 그는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다시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데뷔 20년 차, 그는 여전히 연기 앞에서 자신을 갱신하고 있다.

[우먼센스] 배우 이제훈을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진행된 드라마 <모범택시3> 종영 인터뷰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말 열린 '2025 SBS 연기대상'에서 2년 만에 대상을 다시 수상하며, <모범택시> 시리즈로 또 한 번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는 영예를 안았다.

이제훈은 "지금으로서는 나를 설명하는 가장 큰 작품이 <모범택시>"라며  "이 작품이 희석되지 않고 좋은 가치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은 그는 두 편의 드라마 촬영과 영화 개봉을 병행한 2025년을 돌아보며 "활활 불태운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연기와 창작에 대한 갈증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시리즈든  영화든 또 다른 대표작을 계속 찾고 싶고, 그런 작품이 있다면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며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촬영을 마친 tvN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이 조진웅 관련 논란으로 무기한 공개 연기된 상황에 대해서는 "작품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컴퍼니온

Q. <모범택시3>가 종영했다.

드라마가 끝난 지 아직 열흘도 채 안 된 시점인데, 이제야 끝났다는 실감이 든다. 매주 금·토 방송을 보던 시간이 사라지니 허전함이 크다. 이 마음은 가족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함께 촬영한 제작진과 배우들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대상을 받은 뒤 마지막 회를 본 소감은.

대상 수상 여부가 시청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후반부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시청자 입장에서 마지막 회를 지켜봤고, 온라인으로 시청자 게시판 반응도 계속 확인하며 함께 즐겼다.

Q. 대상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솔직한 마음이 궁금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상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제작발표회 당시에는 수상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많은 반응과 사랑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긴 건 사실이다.

Q. 시즌마다 다양한 '부캐(부캐릭터)' 연기를 하는 부담은.

이제 더 이상 꺼낼 캐릭터가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 연기를 또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촬영 이후에는 스스로를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어느 때보다 연기에 대해 진지해지는 시기다.

Q.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견도 직접 내는지 궁금하다.

에피소드의 큰 줄거리에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 다만 '부캐'에 대해서는 대본에 자세히 쓰여 있지 않아, 부캐 창조는 거의 전적으로 배우의 몫이다. 그 부분에는 제 의견이 90% 이상 반영된다.

Q. 촬영 후 비워내는 시간은 어떻게 보냈나.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영화와 시리즈 콘텐츠를 많이 봤다. 또 많이 걷고 돌아다니며 사람들 구경도 했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 상상을 펼쳐가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컴퍼니온

Q. 화제가 된 아이돌 에피소드의 내 걸그룹 댄스 장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사실 부담이 굉장히 컸다. 이전 시즌들과는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김도기와 무지개운수가 펼치는 활약을 분명히 지지해 줄 것이라 믿고 과감하게 시도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여장 등 외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일본어·영어 대사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캐릭터성이었다.

걸그룹 댄스 장면은 작가가 과거 팬미팅에서 춤췄던 내 영상을 참고해 만든 설정으로 알고 있다. K팝 산업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면서도 재미와 문제의식을 함께 담은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볍게 보여주기보다는,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Q. 춤 연습은 얼마나 했나.

거의 한 달간 연습했다. 주 1~2회씩 연습하며 전혀 쓰지 않던 몸동작을 익혔다. 솔직히 울면서 연습했다.

Q. 계엄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재작년에 우리나라에 큰일이 벌어졌고, 촬영 당시와 이후의 실제 사회적 상황이 맞물리며 작가의 문제의식이 스토리에 녹아든 것 같다. 드라마적 허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김도기라는 캐릭터를 그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할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 권력이 통제되지 않을 때의 위험, 그 상황에서 시민들의 선택과 연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 했던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Q. 정치적 해석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작품은 각자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 지금과 시간이 지난 후의 해석은 달라질 수 있고, 시즌3 역시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Q. 빌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장나라 배우의 출연도 화제가 됐는데.

모범택시는 빌런의 몫이 큰 작품이다. 장나라 배우는 이전까지 빌런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어 캐스팅 제안을 드리기 조심스러웠는데, 용기 내 승낙해 주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장나라 배우가 연기한 강주리와 김도기가 만난 옥상 신은 시즌3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윤시윤 배우 역시 상상 이상으로 강렬했고, 큰 자극이 됐다.

Q. 빌런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욕심이 생긴다. 일본 배우 카사마츠 쇼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 장나라·윤시윤 배우가 카메라가 돌아갈 때  눈빛이 완전히 달라지더라. 그 모습을 보며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정의로운 캐릭터를 오래 연기하며 생긴 철칙이 있다면.

어떤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많은 사건과 이야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어떻게 미래를 살아갈지 계속 곱씹는다.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 온 것 같다.

사진=컴퍼니온

Q. 함께한 동료 배우의 불법 논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담긴다. 그 노력과 진정성이 희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장르물 위주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생각은.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가 부족한 건 아쉽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그런 작품을 찾고 있다. 로맨스 제안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몸이 하나이다 보니 선택의 순간마다 장르물을 택해왔던 것 같다. 이제는 달라지려고 한다.(웃음)

Q. 모범택시가 시즌3까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현실의 답답함과 세상을 향한 스트레스를 통쾌함으로 해소해 주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시즌1, 2의 에피소드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 시즌4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Q. 시즌4에 대한 생각은.

시청자들이 댓글 등을 통해 시즌4를 바라는 반응을 많이 남겨줘 기뻤다. 무지개운수 식구들 역시 지금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어 시청자 입장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Q. SBS에서 포상휴가 이야기는 없나.

시즌2 때도 포상휴가 이야기가 나와 시즌 시작을 겸해 해외 촬영을 했다. 하지만 현지에 가면 일정이 워낙 타이트해 사실상 즐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무지개운수 식구들과 다시 모여 회포를 풀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주에 한 번 만나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무엇이든 즐겁다.

Q. 다양한 액션을 소화했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꾸준히 관리한다. 운동, 좋은 음식을 먹는 것, 잘 자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개인적으로는 자주 산책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사진=컴퍼니온

Q. 2025년을 돌아본다면.

매우 힘든 해였다. 연초에 작품을 론칭하고 영화도 개봉했다. 두 작품을 동시에 병행한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 가장 바빴지만 활활 불태웠고, 후회는 없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2026년은 그 의지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 같다.

Q.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또 창작 욕구가 생기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나.

연기의 매력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본능'에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캐릭터를 통해 창작 욕구를 표현하는 직업이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나 자신의 모습이 궁금해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진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저런 이야기도 가능하구나,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충전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게 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이어가게 하는 힘이다.

Q. 배우로서 모범택시가 갖는 의미는.

배우를 설명할 때 결국 작품과 캐릭터로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나를 설명하는 가장 큰 작품이 <모범택시>다. 이 작품이 희석되지 않고 좋은 가치로 남기를 바란다. 시리즈든 영화든 또 다른 대표작을 계속 찾고 싶고, 그런 작품이 있다면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가지고 있다. 5년 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이 기대된다.

Q. 데뷔 20년을 돌아본다면.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미친 듯이 탐구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이다. 예전에는 맡은 캐릭터를 열심히 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주연으로서 캐릭터가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더 크게 의식하게 돼 책임감이 커졌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내 가치관과 삶이 더 많이 투영될 것 같다. 단순히 연기를 넘어,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까지 함께 보여주고 싶다.

Q.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나.

극장에 가는 걸 가장 좋아한다. 집에서도 볼 콘텐츠가 많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시간이 된다면 여행을 가고 싶다. 단순한 휴식보다는 복잡한 도시, 사람이 많은 공간을 좋아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이 돌아가는 걸 느끼는 게 좋다.

Q.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지난해 12월 촬영을 마치고 너무 가고 싶었던 뉴욕에 다녀왔다. 하루에 2만 보 이상 걸으며 맨해튼 전 지역을 돌아다녔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걷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

Q. 2026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체력적으로는 쉬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생각은 여전히 창작 욕구로 가득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조금씩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그 과정이 다음 도전을 위한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Q. 연기 외에 연출이나 시나리오 작업에도 관심이 있나.

습작 형태로 단편이나 장편 트리트먼트를 계속 쓰고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스스로 실망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창작하려는 의지는 꺾지 않으려 한다.

Q. 연애는 언제 하나.

콘텐츠로 간접 경험은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연애 감정이 메말라 있는 느낌이다. 올해는 다시 싹을 틔워보려 노력하고 싶다.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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